서울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다음 달 말부터 전세 낀 집을 자녀에게 물려줄 때 내야 하는 세금이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기존 과세 방식의 구멍을 보완하는 제도 개선을 하기로 해서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다음 달 말부터 공포 및 시행한다고 19일 밝혔다. 개정 대상은 임차인 있는 집을 자녀에게 증여하는 이른바 ‘부담부 증여’ 제도다.
부담부 증여는 자녀에게 물려주는 집의 임차보증금을 부채로 보고, 증여세를 매길 때도 증여재산 시가에서 부채를 뺀 금액을 과세 대상으로 한다. 자녀 입장에선 증여세 부담이 작아지는 셈이다. 대신 자녀에게 보증금 부채를 넘긴 부모에게 그만큼 이익을 얻었다고 여겨 양도소득세를 과세한다.
문제는 거래 부족 등으로 시장가격을 산정하기 어려운 단독 주택, 빌라 등이다. 이런 집은 현행 세법상 임대보증금을 양도금액으로, 주택 취득 당시의 실구매가를 취득금액으로 적용해 양도차익(양도금액-취득금액)을 계산한다. 정부가 고시하는 주택 공시가격 또는 기준시가가 있는 경우 취득가격을 시세보다 20% 안팎 낮은 정부 고시가격으로 적용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시가를 알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양도차익이 작게 계산돼 결과적으로 양도세를 덜 내는 셈이다.
예를 들어 전세보증금이 6억원, 과거 취득금액이 5억원(당시 기준시가는 4억원이라고 가정)인 집을 자녀에게 증여했다고 가정하면, 취득금액을 실거래가로 계산하면 부모의 양도차익은 1억원, 실거래가가 아닌 기준시가를 적용할 경우 양도차익은 2억원이 된다.
정부는 앞으로 이런 주택의 양도세 계산 때 취득가격을 ‘취득 당시 실거래가’가 아닌 ‘취득 당시 기준시가’로 바꿔 과세의 허점을 보완하기로 했다. 새 규정은 개정안을 시행하는 다음 달 말 이후 주택 양도분부터 적용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주택 증여가 급증하면서 국세청이 제도의 허점을 파악해 보완을 건의한 것”이라고 전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토지·건물 등 부동산 증여액은 32조3877억원으로 1년 전에 견줘 87%(15조원) 불어났다. 부동산 증여세 과세 대상도 14만9321명으로 전년 대비 49%(5만명) 늘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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