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항 4부두에서 대형 크레인이 수출 화물을 선적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주력 품목의 부진 탓에 새해 첫 달 수출이 대폭 줄어들면서 넉 달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무역수지는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경제의 최대 버팀목으로 여겨지는 수출 부진은 거시경제 운용 전반에 상당한 부담을 안기는 요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1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6% 줄어든 462억7천만달러, 수입은 2.6% 감소한 589억6천만달러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126억9천만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기존 월간 기준 무역적자 최대치인 지난해 8월 94억3500만달러를 훨씬 웃도는 규모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 무역적자를 기록한 지난해 한해 적자 규모(474억6700만달러)의 26.7%에 이른다.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 3월 1400만달러 적자 이후 11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무역수지가 11개월 이상 연속 적자 흐름을 보인 것은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26년 만이다.
1월 수출 부진은 고물가·고금리 등에 얽힌 글로벌 경기 둔화 지속 및 반도체 업황 악화에 따른 것으로 산업부는 분석했다. 지난해 1월 수출이 역대 1월 중 최고 실적(554억6천만달러)을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에서 비롯된 바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수출은 60억달러에 머물러 지난해 같은 달보다 44.5%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수출 실적을 끌어내린 주요인이었다. 자동차·이차전지 수출은 역대 1월 중 최고 실적을 기록했고, 선박 수출도 두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전반적인 수출 감소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지역별로는 중동(4.0%)·유럽연합(EU·0.2%)에 대한 수출은 늘었지만, 반도체 수출 감소 영향을 크게 받은 중국(-31.4%)·아세안 지역(-19.8%) 수출은 큰 폭으로 줄었다. 대미국 수출도 6.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월 수입 감소세는 반도체(-12.4%), 철강(-11.8%) 등 원부자재 수입이 줄어든 데서 비롯된 결과였다.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 수입액은 157억9천만달러에 이르렀다. 역대 1월 중 가장 많았던 지난해 1월 161억7천만달러보다는 줄었지만, 총 수입의 26.8%에 이를 정도로 큰 규모다. 2022년을 포함해 지난 10년간 1월 평균 에너지 수입액은 103억달러 수준이었다.
산업부는 무역수지 비상 상황을 맞아 긴급 점검에 나섰다.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수출지원기관 및 반도체·자동차·정유·철강 등 주요 업종별 협회와 함께 개최한 ‘2023년 제1차 수출상황점검회의’에서 “세계 경기 둔화와 반도체 가격 하락세 지속 영향으로 향후 수출 여건의 여려움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올해 수출이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