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로 인상했지만,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수신(예·적금) 금리는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사진은 6일 서울 시내의 한 저축은행에 설치된 예·적금 금리 현황판.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연 3.50%로 올렸지만 시중은행·저축은행의 예금 금리는 하락세를 지속 중이다. 연초 시중자금이 은행 예금보다는 주식·채권으로 몰려드는 ‘머니 무브’가 다시 일어나는 양상이다.
6일 5대 시중은행(케이비(KB)·신한·하나·우리·엔에이치(NH)농협)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이미 평균 3%대 중반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 우대금리는 각각 농협은행 ‘엔에이치고향사랑기부예금’은 연 4.10%,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은 연 3.70%, 우리은행 ‘원(WON)플러스’ 예금은 연 3.67%,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은 연 3.60%, 국민은행 ‘케이비 스타 정기예금’은 연 3.48% 등이다.
연 4%대 중반의 정기예금 상품을 제공해오던 인터넷은행들도 최근 연 4%대 초반으로 금리를 내렸다. 저축은행의 예금금리 인하 속도도 은행권과 비슷하다. 이날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4.42%로, 금리가 가장 높았던 지난해 11월 말(연 5.53%)보다 1.11%포인트 하락했다. 지난달 20일(4.97%) 4%대로 내려온 뒤부터 하락세가 더 가파르다. 일부 대형 저축은행은 이미 예금 금리를 연 3%대 후반까지 낮췄다.
지난해 11월 연 5%대까지 치솟았던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시장금리가 안정세를 지속하면서 연일 하락 곡선을 그리는 모습이다. 정기예금 금리 산정의 준거지표로 활용되는 1년 만기 은행채(AAA) 금리는 지난 3일 기준 연 3.536%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1월7일에는 연 5.107%까지 올랐었다.
예금 금리 하락세에 은행 정기예금도 대폭 감소하고 있다.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812조2500억원으로 지난해 11월말(827조2986억원)에 견줘 두 달만에 15조486억원 줄었다.
상황이 이렇자 시중자금의 ‘역머니 무브’ 흐름도 주춤하고 있다. 예금 등 안전자산에서 증시 등 위험자산으로 돈이 몰리는 ‘머니 무브’가 다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거래소 정보시스템을 보면, 대표 증시 자금인 투자자예탁금(파생상품 거래예수금 제외)은 지난 1일 기준 51조5217억원이다. 투자자예탁금은 올해 1월5일~1월26일 43조7천억~45조7천억원 수준을 유지했는데, 지난달 27일 47조2천억원을 기록한 뒤 지난달 31일에는 49조2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의 하루 거래대금도 올해 1월2일~1월25일 5조~7조원대를 보였으나 지난달 31일에는 10조3947억원으로 급증했다.
채권에도 개인 자금이 몰리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채권 순매수 거래대금(장외시장)은 최근 1주일(1월30일~2월3일) 동안 총 8317억원으로, 1월 첫주(7008억원), 1월 둘째주(6957억원), 1월 셋째주(6771억원), 1월 넷째주(3904억원)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순매수 규모는 국채(1월30일~2월3일 총 2142억원), 기타금융채(2992억원), 회사채(2689억원) 모두 증가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날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 막바지 또는 동결 국면에서 주식·채권에 돈이 몰려들고 있다”며 “다만 금리 동결·인하 국면이 현실화하면 경기 둔화 및 기업 실적 하락으로 자산 가격이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윤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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