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선 국세청 조사국장이 9일 세종시 국세청에서 세무조사 착수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국세청 제공
웹툰 작가 ㄱ씨는 자신이 세운 법인에 저작권을 넘기고, 법인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에 웹툰을 공급하며 이를 면세 매출로 신고해 부가가치세(플랫폼 구매액의 9%)를 내지 않았다. 또 가족이 법인에서 일하는 것처럼 꾸며 가공의 인건비를 비용 처리하고 법인 명의 슈퍼카 여러 대를 타고 다녔다. 법인 카드로 산 고가 제품을 소셜미디어(SNS)에 게재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ㄱ씨를 포함한 84명의 탈세 혐의를 확인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9일 밝혔다. 조사 대상엔 웹툰 작가·연예인·운동선수·게이머 등 프리랜서(인적 용역 사업자) 18명, 유튜버·인플루언서·쇼핑몰 운영자 등 에스엔에스를 이용한 고소득자 26명, 플랫폼 및 온라인 투자 정보 서비스 사업자 19명, 지방 건설사 등 지역 토착 사업자 21명이 포함됐다. 다만 국세청은 개인의 사생활 보호 권리가 알 권리에 우선한다는 판례에 따라 조사 대상의 실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인플루언서 ㄴ씨는 한정 판매 의류의 판매대금을 계좌 이체로 넘겨받고 매출을 신고하지 않았다. 또 자신의 영업권을 법인에 무상 이전한 뒤, 법인 주식을 자녀에게 증여하는 식으로 영업권을 편법 증여했다. ㄴ씨는 영업권 매각에 따른 소득세와 자녀 증여세를 내지 않은 셈이다. 재테크 전문 유튜버 ㄷ씨는 방송에서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를 홍보한 대가로 받은 추천인 수수료를 가상자산으로 받아 매출 신고를 누락했다. 주식 유튜버 ㄹ씨도 동영상 강의 판매 수입 수십억원을 차명 계좌 또는 가상자산으로 수령한 뒤 매출 신고를 하지 않았다. ㄹ씨는 미성년자인 자녀가 1인 주주인 법인에 유튜브 채널과 유료 가입자를 대가 없이 넘겨 편법 증여를 한 혐의도 받는다.
지방 건설 업체인 ㅁ사는 매출 파악이 어려운 민간 발주 공사 매출을 신고하지 않고, 자녀가 대표인 회사로부터 원재료 80% 이상을 시세보다 두 배 이상 비싸게 사서 부당하게 이익을 몰아준 혐의가 덜미를 잡혔다.
이번 세무조사 대상에는 배우와 가수, 프로야구 선수, 골프 선수 등이 포함됐다. 탈세 추정액이 100억원에 육박하는 사례도 있다. 국세청은 앞서 2019년과 2021년에도 모두 4회에 걸쳐 유튜버·인플루언서 등 신종 산업 사업자 220명을 조사해 세금 1414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디지털 포렌식 등을 통해 친인척을 동원한 명의 위장, 차명 계좌 등을 자세히 검토하고 탈세 사실이 확인되면 법에 따라 고발 조처하는 등 엄정히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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