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간으로 우리 경제규모가 생산 지표로 보면 성장세를 유지했으나 실질 구매력을 보여주는 국민소득 지표는 감소세가 확실시된다. 물가 상승분 및 수출입 교역조건을 고려한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보다 줄어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지난해 4분기 지표까지 내놓은 한국은행의 ‘2022년 국민계정’ 통계를 <한겨레>가 13일 분야별로 나눠 분석본 결과,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2.6%(속보치) 성장했지만 무역손익과 국외순수취 요소소득을 포함한 실질 국민총소득 추정치는 -1.2% 안팎으로 산출됐다. 전년대비로 지난해 생산에서는 성장했으나 구매력에서는 국민소득이 오히려 줄었다는 얘기다. 연간으로 지엔아이가 줄어든 때는 1953년 이후 2021년까지 두번(1980년 -5.6%, 1998년 -7.7%)이다. 그러나 이 두 해에는 지디피 성장률도 마이너스를 기록한 반면 지난해에는 ‘생산 지표는 성장, 소득 지표는 수축’라는 점에서 사뭇 다른 양상이다.
실질 지엔아이 감소는, 교역조건(수출입가격 지수 고려) 악화로 실질 무역손익에서 대규모 적자(무역손실)가 발생한 탓이 크다. 지난해 실질 무역손실은 전년보다 70조7000억원가량 증가한 115조4000억원으로, 실질 국내총생산 대비 5.9%에 이른다. 지난해 무역손실의 절대 규모와 증가폭, 지디피 대비 비중은 사상 최대 규모이다. 이에 따라 지디피에 무역손익을 반영해 산출하는 실질 국내총소득(GDI)이 지난해 -1.1%(한은 속보치) 감소세를 기록했다.
무역손실 확대와 더불어 국외순수취 요소소득도 국민총소득의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외순수취 요소소득은 기업을 포함한 우리 국민이 국외 생산활동에 참여한 대가로 받은 소득의 합계에서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받은 총소득을 뺀 항목이다. 한은이 발표한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국외순수취 요소소득은 전년동기 대비 9.4% 줄었다. 이런 감소세가 4분기까지 이어진다고 가정하고 추정한 지난해 연간 지엔아이 증감률은 -1.2%이다.
지난해 생산 지표와 소득(국내총소득) 지표 간 괴리도는 사상 최대폭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 속보치만 보더라도 지난해 국내총생산과 국내총소득의 괴리도는 3.7%포인트로, 직전 최대치(1980년 3.3%포인트)를 훌쩍 넘어섰다.
생산과 소득 지표 간 괴리가 커진 이유는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아진 가운데 교역 조건 변화에 따른 무역손익의 변동폭이 대폭 확대된 탓이다. 이관교 한은 국민소득총괄팀장은 “우리나라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이 너무 크고 수입에서는 원유 등 에너지류의 비중이 과거보다 더욱 커졌다. 지난해 초부터 반도체 수출 단가와 에너지류의 수입 단가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교역조건이 급속히 악화하고 무역손실도 급증하면서 소득 지표가 나빠지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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