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뿐 아니라 증권·보험·카드사까지 성과보수체계 점검 대상을 넓히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고금리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은행권의 ‘돈잔치’를 지적한 뒤 금융회사 성과급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 금융권으로 확대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와 관련해 증권사 임원진의 성과보수체계가 적정한지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해 부동산 피에프 부실화 우려로 유동성 위기를 겪은 증권사들이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아 위기를 넘긴 만큼, 성과보수를 과도하게 책정하는 건 온당치 않다는 시각이 반영돼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부동산 피에프로 수익을 내오던 추세가 작년 하반기에 꺾이기 시작했다. 성과는 자기 노력으로 창출한 실적에 비례한다는 기본 상식에 비춰봤을 때 보수체계가 적정하게 운영되는지 점검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앞서 “증권사의 연쇄적인 유동성 긴축 상황과 관련해 금융당국에서 한 역할이 있다. 오롯이 금융회사와 임원의 공로로 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6일 업무계획 기자간담회)”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해 10~11월 단기자금시장 경색으로 부동산 피에프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보증을 선 증권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확대되자, 정부는 2조원 규모의 PF-ABCP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3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긴급 지원에 나선 바 있다. 금감원은 이같은 시장 위험 상황이 성과급 산정 체계에 균형있게 반영돼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은행권을 정조준하던 금감원은 증권사뿐 아니라, 보험사와 카드사에 대해서도 성과보수 체계의 적정성을 따지고 있다. 보험 업계(생명보험 31개사·손해보험 23개사)의 지난해 순이익은 9조원을 훌쩍 넘겼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보험사들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7조7612억원이다. 여기에 지난해 실적을 이미 발표한 상위 4개 생보사(삼성생명·한화생명·신한라이프·농협생명)와 5개 손보사(삼성화재·현대해상·디비(DB)손해·케이비(KB)손해·메리츠화재)의 4분기 당기순이익(1조7524억원)을 더하면 9조5136억원에 이른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자동차 손해율이 낮아졌고 수익성이 좋은 장기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것에 집중한 것이 좋은 실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손해보험업계는 지난해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30∼6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84.8% 개선된 케이비(KB)손해보험은 월 상여금의 550%를 성과급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당금 규모 역시 전년 대비 30% 이상씩 늘리고 있다.
아울러 금감원은 카드사의 성과보수 체계 현황도 살펴본 뒤 카드론이나 리볼빙 대출 금리를 내리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8개 카드사 중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5개사(신한·삼성·케이비국민·우리·하나)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합하면 2조387억원 규모다. 여신전문채권 금리가 지난해 고점 대비 2%포인트가량 떨어졌지만 중저신용자가 주로 이용하는 리볼빙과 현금서비스 금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공시를 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8개 카드사의 결제성 리볼빙 평균 금리는 연 13.21∼18.35%에 육박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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