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20일까지 무역적자가 8조원에 육박하며 무역수지 악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최근 난방용 가스 수입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올해 무역수지 악화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 따른 가스 수요 증가, 한국의 주요 가스 수입국인 오스트레일리아의 수출 통제 등으로 가스발 무역수지 악화가 당분간 계속되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2월 1∼20일 수출액은 335억49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3% 줄었다. 조업 일수를 고려한 하루 평균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4.9% 줄어들어 감소 폭이 더 컸다. 지난해 10월부터 이달까지 수출이 5개월 연속 뒷걸음질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43.9%), 휴대폰 등 무선통신기기(-25%)는 물론, 주요 교역국인 대중국 수출(-22.7%)도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이며 부진이 이어졌다.
반면 이 기간 수입액은 395억36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3% 늘어났다. 품목별로 외국에서 사 온 가스 수입액이 39억3500만달러(약 5조1천억원)로 전년 대비 81.1%나 급증하며 수입 증가세를 이끌었다. 다른 에너지원인 원유와 석탄 수입액 증가율이 이 기간 각각 7.6%, 11.2%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증가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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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수입액은 올해 1월 들어 전년 대비 증가율이 6%를 기록했으나 한 달 만에 수입 증가폭이 크게 확대됐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전년 대비 가스 단가가 오른 데다, 올해 2월이 지난해 2월보다 추웠던 탓에 가스 수입 물량도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가스 수입액은 주요 수입 품목 중 원유(53억7900만달러) 다음으로 많은 2위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2월 1∼20일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59억8700만달러(약 7조8천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41억달러 남짓 불어난 규모다.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186억39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69억8400만달러)보다 2.7배 확대되며 12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의 무역수지 개선 전망은 불투명하다. 수출이 아직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수입액 증가를 부추길 대외 변수도 적지 않아서다. 최근 경제 활동에 시동을 건 중국의 가스 수요 증가, 오스트레일리아의 가스 수출 규제 등으로 글로벌 가스 가격이 다시 들썩일 여지도 있다.
세계 3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 중 하나인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지난 9일(현지시각) 엘엔지 수출 통제를 위한 지침(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오스트레일리아 내에서 쓸 가스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시 정부가 수출을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한국의 엘엔지 수입에서 오스트레일리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22%를 넘는다. 오스트레일리아산 엘엔지는 주로 장기 계약을 맺어 들여오는 까닭에 수출 규제가 당장의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우리 정부 입장이지만, 가스 공급 축소에 따른 국제 천연가스 가격의 불확실성이 커진 셈이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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