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정거래위원회 법 집행 시스템 개선방안 마련과 추진계획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통신 시장의 과점 구조를 해소하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휴대폰 보조금 상한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2시간 미만의 통신 장애에 대해서도 사업자의 고의나 과실이 입증될 경우 손해배상이 이뤄지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23일 이런 내용의 ‘금융·통신 분야 경쟁 촉진 방안’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공정위는 “금융·통신 산업은 소수 사업자가 시장을 지배하는 과점적 시장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시장 집중도가 높아지고 잠재적 경쟁 사업자의 진입이 어려울수록 사업자들의 지대 추구 행위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제도 개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공정위는 통신 분야에서 단말기유통법 등 제도를 고쳐, 소비자가 휴대전화 단말기를 구입할 때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지원금 상한을 현행 15%에서 30%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단말기 유통 가격 등에 대한 시장 분석을 실시할 계획이다.
독립·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기반을 강화할 제도적 방안도 찾는다. 이를 통해 새 알뜰폰 사업자들의 시장 진입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간통신사업자인 에스케이텔레콤(SKT)의 알뜰폰 사업자들에 대한 통신망 도매 제공 의무 기간을 늘리는 방향의 제도 개선을 예고한 바 있다.
이밖에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거나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기업의 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다. 공정위는 에스케이텔레콤, 케이티(KT), 엘지유플러스(LGU+) 등 이동통신 3사가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의 속도를 실제로 구현 가능한 것보다 부풀려서 광고한 혐의와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제재 심의에서 법 위반 여부를 면밀히 따지겠다고 밝혔다. 또 이동통신 서비스나 인터넷티브이(IPTV) 서비스가 멈췄는데 사업자의 고의나 중과실이 입증되는 경우에는 연속 2시간 또는 3시간 미만의 장애에도 손해배상을 하도록 관련 약관을 고칠 계획이다.
금융 분야에서는 은행·상호저축은행·금융투자업자·여신금융회사 등의 약관을 심사해, 소비자에게 불이익이 큰 약관 조항을 고치도록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요청하겠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통신·금융 시장의 과점 구조를 해소하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 지시 직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금융위원회는 각각 ‘통신시장 경쟁촉진 정책방안 태스크포스(TF)’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를 꾸려 급히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공정위의 이번 경쟁 촉진 방안은 윤 대통령의 첫 지시 뒤 8일 만에 나왔다.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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