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루이스 시연 장면. 현대백화점 제공
다음 달 2일 현대백화점에 정식 입사하는 ‘루이스’는 전문 카피라이터다. ‘봄’과 ‘입학식’을 키워드로 ‘향수’에 대한 광고 문구를 만들라는 지시에 루이스가 내놓은 문장은 “향기로 기억되는 너의 새로운 시작, 어떤가요?”였다. 이만하면 합격점이다. 시간도 10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루이스는 ‘20230302’라는 사번을 부여받고, 현대백화점 영업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에 배치됐다.
루이스가 누구냐고? 현대백화점이 광고 카피와 판촉행사 소개문 등 마케팅 문구 제작을 위해 특별히 ‘고용’한 인공지능(AI) 카피라이팅 시스템이다. 현대백화점은 루이스를 다음 달 2일부터 도입한다고 26일 밝혔다.
유통업계에서 백화점만의 색깔을 입힌 마케팅 글쓰기에 최적화한 인공지능 시스템을 실무에 투입하는 건 처음이다. 그간 유통업계가 도입한 인공지능 기술은 정해진 질문·답변 시나리오대로 작동하는 고객 상담용 챗봇이 고작이었다.
루이스는 네이버의 초대규모 에이아이 언어모델 ‘하이버클로바’를 기본 엔진으로 사용한다. 이 엔진은 미국 오픈에이아이의 지피티(GPT)-3에 견줘 한국어 데이터를 6500배 이상 학습해 한국어에 능하다.
현대백화점이 최근 3년 동안 사용한 광고 카피, 판촉행사에서 쓴 문구 중 소비자 호응이 컸던 데이터 1만여건을 집중적으로 학습했다. 정보기술(IT) 계열사 현대티앤이(T&E)가 개발했고, 향후 3년치 데이터를 추가로 학습시키는 등 고도화 작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루이스는 문학 작품을 사랑하고 마케팅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20대 청년을 콘셉트로 한다. 루이스라는 이름도 <나니아 연대기> 작가 클라이브 스테이플스(C.S) 루이스를 동경해 감성을 자극하는 글쓰기를 즐긴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루이스는 타깃 연령대를 고려해 세대별로 다른 어투를 활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아트페어’ 타깃을 20대로 설정하면 ‘인싸가 되고 싶다면 현백으로 모여라’라는 문구를, 50대를 타깃으로 설정하면 ‘예술이 흐르는 백화점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라는 문구를 내놓는 식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이 달 초부터 2주간 시행한 관련 부처 테스트에서 통상 2주가량 소요되던 카피라이팅 업무시간이 루이스 도입 뒤 평균 3~4시간으로 줄었다”며 “향후 배너 광고, 상품 소개 페이지 등 마케팅 문구 생성에 최적화한 이커머스 버전을 추가해 그룹 계열사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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