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돌박이 등 고기 전문 프랜차이즈 이차돌이 점주들을 상대로 과도한 필수물품 구매 강제와 밀어내기 등 갑질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차돌 누리집 갈무리
‘차돌박이’ 전문 프랜차이즈 이차돌이 가맹점에 고기를 시중 판매가보다 최대 2배 이상 비싸게 공급하고, 밀키트·신제품 등을 강매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점주들은 “본사가 이차돌 캐릭터가 들어간 머리끈·거울·가방고리 등까지 ‘필수물품’으로 지정해 강매했다”고 주장했다.
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이차돌 본사는 가맹점주들에게 차돌박이와 우삼겹 등의 고기를 시중 판매가보다 최대 2배 이상 비싼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우삼겹 시중 판매가는 ㎏당 6500~7500원인데, 이차돌 본사는 ㎏당 1만5천~1만6천원에 공급했다. 주력 상품인 차돌박이는 시중 판매가가 ㎏당 1만1~1만2천원이지만, 이차돌 본사는 1만8천원에 공급해왔다. 이차돌은 현재 전국에 320여개의 가맹점을 운영 중이다.
가맹점주 ㄱ씨는 <한겨레>에 “시중에 판매하는 고기를 박스갈이도 하지 않고 바코드와 태그만 붙여서 점주들에게 최대 2배 이상 비싸게 공급하는데, 공급업자들도 시중에서 판매하는 고기와 동일한 상품이 맞는다고 확인을 해줬다”며 “이런 구조 탓에 하루 14시간씩 일해도 점주 인건비조차 못 건지는 마이너스 매출을 기록하는 점포가 수두룩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한 본사는 물티슈·냅킨·종이컵 등은 물론 캐릭터가 들어간 인형 거치대, 손거울, 머리끈, 손난로, 가방고리 등까지 필수물품으로 지정해 비싼 값에 구매하도록 강제했다. 예를 들어, 시중에서는 1만5천원대면 구매할 수 있는 1천개짜리 물티슈도 본사에서는 2만9천원에, 2만3천원대면 살 수 있는 8천매짜리 냅킨도 3만4천원에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점주 ㄷ씨는 “물티슈와 냅킨 한장까지 점주가 따로 구매해 쓸 수 없는데, 본사가 대량 구매를 하면 시중가보다 저렴해야 하는 것이 상식 아니냐”며 “홍보·판촉용으로 만든 기념품 역시 점주들의 의사를 묻지 않고 무조건 구매하도록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차돌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인형 거치대, 손거울, 머리끈, 손난로, 핸드폰 거치대, 가방고리 등까지 필수물품으로 정해 강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차돌 정보공개서 갈무리
본사 횡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신메뉴를 개발할 때마다 점주들이 발주하지도 않았는데, 초도물량이라며 강제로 공급하고 점주들의 물대 여신(물품 구매를 위해 점주들이 미리 낸 보증금 성격의 돈)에서 차감하는 등 ‘밀어내기’를 했다는 것이 점주들의 주장이다. 점주 ㄴ씨는 “신메뉴는 물론 심지어 본사가 이커머스 납품을 위해 자체 개발한 관자튀김 등 밀키트가 잘 팔리지 않자 유통기한도 얼마 남지 않은 이들 제품을 강제로 점주들에게 밀어내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본사는 일부 점주들이 고기 등 일부 물품을 사입(개인 구매)했다고 주장하며 소송까지 걸고 나섰다. 본사가 소송의 근거로 삼은 것은 약관 31조의 ‘손해배상’ 조항인데, ‘사입을 할 경우, 가맹본부가 지정한 사업자로부터 공급을 받았더라면 지불했을 비용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을 배상해야 한다’고 돼 있다. 본사로부터 8천만원대 소송을 당한 한 점주는 “고기를 최대 2배 이상 가격으로 공급해 폭리를 취하는 본사가 무슨 근거로 공급가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을 배상하라고 하는 건지, 기가 막히다”고 말했다.
또한 본사는 약관상 겸업금지 조항을 근거로 가맹계약 해지 후에 다른 고깃집을 차린 점주 3명을 상대로 수천만원대의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본사 약관에는 ‘계약 종료 후 1년 동안 본사의 승인 없이 동종 영업행위를 할 수 없다. 위반할 경우 위약금 5천만원을 지급하고, 위반행위를 계속하면 1일당 30만원씩 더 지급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해당 점주는 “이차돌은 소고기 위주지만, 현재 우리 가게는 돼지고기를 위주로 판매하고 있다”며 “이차돌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인데,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구태 중 하나인 필수물품 강제와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의 전형이라고 짚는다.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가맹거래사는 “온갖 물품을 필수물품으로 규정해 강매하는 것은 흔히 ‘본사 갑질’로 불리는 불공정 행위에 해당한다”며 “사입을 했다고 주장하며 공급가의 3배를 배상하라는 것이나 계약 해지 후에도 1년이나 겸업금지를 주장하는 것도 갑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공정 조항이다”라고 말했다.
참다못한 점주 30여명은 점주협의회를 꾸려, 공정거래위원회에 분쟁조정 신청과 불공정약관 심사 청구 등을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해 말,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본사의 과도한 필수물품 강매를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고, 공정위는 이런 행위를 막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올해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 올린 바 있다. 그렇지만 가맹 본사의 필수물품 강매 갑질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이차돌 본사 쪽은 “축육 시장 시세 예측이 어려워 가맹본부가 안전재고 확보를 위해 구매할 당시 시세가 높더라도 매입하므로 이후 시세가 급락해도 매입 물량에 대한 납품가 인하는 불가하다”며 “브랜드 로고가 인쇄된 비품이나 판촉물 등은 가맹사업 상 필수품목이므로 판매 강제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메뉴 출시 시 가맹사업 통일과 가맹사업 활성화를 위해 판매를 요청하고, 미판매 시 반품·환불처리하고 있어 밀어내기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잇단 소송에 대해서는 “가맹사업 계약 체결 시 계약서에 명시된 부분으로 점주 역시 동의한 부분이고 수차례 요구했음에도 갱생과 시정을 하지 않았으므로, 과도한 손해배상 소송이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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