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유통·농협하나로유통이 오는 15일까지 가격 급등 채소 8대 품목 반값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가격 급등 채소 8대 품목 반값 할인 행사'를 알리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자영업자 이아무개씨는 요즘 “중국집에서 양파 3~4조각 주는 게 말이 되냐”는 항의에 시달린다. 이씨는 “양파 15㎏ 한 상자에 3만1천원을 주고 샀는데, 양파값이 폭락했던 지난해에 견주면 3배에 달하는 가격”이라며 “음식 장사 10년 만에 손님에게 서비스로 주던 양파를 아껴보긴 처음”이라고 하소연했다.
봄 기운이 완연하지만 양파·청양고추·대파 등 야채값은 여전히 비싸다. 가뜩이나 고금리·고물가 속에 시름하는 자영업자들은 “식재료 가격이 치솟는 상황에서 야채값마저 이렇게 비싸면 장사를 이어가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를 보면, 지난 10일 기준 양파(15㎏) 평균 도매가격이 2만7640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8808원의 3배에 달한다. 양파값이 폭락했던 지난해를 뺀 평년(최근 5년간 가격이 가장 비싼 해와 싼 해를 제외한 3년 평균값) 가격 1만4513원과 비교해도 2배나 비싸다.
다른 채소류 가격도 마찬가지다. 청양고추(10㎏)는 12만1천원으로, 1년 전 5만5280원에 견줘 119%나 폭등했다. 당근(20㎏) 역시 5만8040원으로, 지난해(2만3904원)에 견줘 143%나 치솟았다. 대파(1㎏)는 2740원으로 1년 전(2065원)보다 30% 넘게 올랐고, 오이(50개)는 5만2833원으로 1년 전(3만5440)보다 50% 가까이 올랐다. 풋고추(25.5%)·애호박(31%) 가격도 1년 전보다 20~30% 비싸졌다.
서울 관악구에서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박아무개씨는 <한겨레>에 “주말 장사를 위해 지난주 금요일 식재자 마트에 가서 청양고추 한 상자(10㎏)를 14만원에 샀다”며 “손님들 상차림 청양고추를 1인당 1개씩만 잘라서 줬더니 ‘인심이 야박하다’고 타박을 하던데, 오죽하면 그러겠냐며 영수증을 보여주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한식당을 운영하는 또 다른 자영업자는 “금리가 뛰어 대출이자가 폭등하더니 케찹, 마요네즈, 고추장, 조미료 등 공산품 가격이 줄줄이 올라 죽을 맛인데, 여기에 장사의 기본이 되는 야채값마저 비싸지니 견디기가 어렵다”며 “가족끼리 운영하는 상황에서 인건비도 못 건지는 판국이라 곧 장사를 접게 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양파는 지난해 봄철 주요 양파 산지인 무안 지역 등에 극심한 가뭄 현상이 발생해 생산량이 급감하며 저장 물량이 준 탓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파와 애호박, 오이, 청양고추 등은 1월 한파 영향에 에너지 가격 급등이 겹치며 생산량이 줄고 재배면적이 감소한 까닭에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분석했다.
농식품부는 ‘주요 채소류 수급 동향 및 전망’에서 “평년 3월15일부터 출하되던 제주산 양파가 올해는 8일부터 본격 출하돼 가격이 빠르게 안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애호박, 오이, 청양고추 등도 이달 중순부터 공급량이 회복되면서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대파 가격은 5월까지는 강세를 보이다 6월 이후에나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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