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7월 리터당 2100원을 넘어섰던 휘발유·경유 가격이 최근 리터당 1500원대로 내리면서 1년 넘게 시행 중인 유류세 인하가 4월 말 종료될 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유류세 인하 조정 여부는 국제 유가, 국내 물가, 세수와 경기 상황 등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13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자료를 보면, 3월 둘째 주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보통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586.98원이고, 자동차용 경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550.07원이었다. 지난해 가장 비쌌던 시기인 6월 다섯째 주(휘발유 2137.65원·경유 2158.24원)에서 25% 이상 내렸다. 이는 미국서부텍사스원유(WTI) 기준 국제유가가 지난해 6월 초 배럴당 122달러를 넘어섰다가 차츰 하락해 이달 10일 기준 76.68달러까지 내려온 영향이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정부가 유류세 인하폭 조정 논의를 할 여건은 형성되고 있다. 유류세는 휘발유·경유에 붙는 교통에너지환경세, 개별소비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가치세 등을 아우르는 표현이다. 정부가 처음 인하를 시행했던 2021년 11월12일엔 리터당 세금을 휘발유 164원·경유 116원 각각 인하(인하 전 탄력세율의 20% 인하)했다. 이후 인하폭을 키워 지난해 7월부터 연말까지는 휘발유 304원·경유 212원(37% 인하)을 각각 인하했다. 올초부터는 경유 유류세 인하폭은 리터당 212원으로 유지하되, 1월1일부터 휘발유 인하폭을 리터당 205원(25% 인하)으로 조정해 4월30일까지 적용하기로 한 상태다.
다만 최대 변수인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국제유가가 올해 배럴당 70∼80달러대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지만, 중국 경제 상황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라 유가가 90달러 이상 100달러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실장은 “최근 들어서는 중국 리오프닝(경제 재개)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데다 중국이 최근 올 경제성장률을 5%대로 낮게 제시한 점, 미국 연준에서 매파적(긴축 선호) 발언이 계속 나온 점 등이 영향을 줘 주요 기관들이 유가 전망을 기존보다 하향 조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국내 경제 상황도 만만찮은 변수다. 통계청의 2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4.8%로 올라 상승세가 둔화됐다. 특히 석유류 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1.1% 하락해, 2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년 대비 기저효과 등에 따른 석유류 물가 하락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1월 국세 수입(42조9천억원)도 1년 전보다 7조원 가까이 줄어 역대 최대 감소폭을 보이는 등 세수 여건이 나쁜 점도 유류세 인하폭 조정 논의를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기 둔화 양상이 짙어지고 있는 점은 유류세 인하폭 축소나 환원을 쉽사리 결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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