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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글로벌’ 앞세워 개방 고삐 안전망 문제는 온정적 접근

등록 2006-03-13 18:53수정 2006-03-13 19:03

한덕수 부총리 취임 1년

“나는 색깔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해 3월15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한 부총리는 이 말이 빌미가 되어 ‘무색, 무소신 부총리’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녔다. 여기에는 카리스마가 강한 전임 이헌재 부총리와의 비교도 한몫했다.

한 부총리가 취임 1년을 맞았다. 그의 지난 1년 ‘성적표’는 꽤 괜찮다. 취임 당시인 지난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7%에 그쳤다. 그러나 이후 2분기 3.3%, 3분기 4.5%, 4분기 5.2% 등 경제상황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취임 당시인 지난해 3월 코스피지수는 월평균 988선이었는데, 13일 현재 1338이다.

그는 또 8.31 부동산 대책, 저출산 고령화 대책, 중장기 조세개혁안, 자유무역협정(FTA) 등 향후 우리 경제와 사회의 큰 틀을 잡는 정책들을 잇따라 마련했거나 준비 중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한 부총리가 역대 부총리들 중 소리없이 가장 많은 일을 했다”며 “자기를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 때문에 과소평가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한 부총리는 ‘경제수장’임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총리의 위상에 눌려 때론 리더가 아닌 참모처럼 비춰지기도 하는 게 사실이다.

한 부총리는 틈날 때마다 자신을 ‘합리적인 시장경제주의자’라고 말한다. 또 공식석상에서 가장 많이 쓰는 단어가 ‘글로벌 스탠다드’이다. ‘통상 전문가’, ‘미스터 개방’은 외부에서 그를 지칭하는 용어다. 통상산업부 차관, 통상교섭본부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등 통상분야 요직을 두루 거친 이력과도 무관치 않다. 취임 이후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 동북아 금융허브 구상, 서비스시장 개방, 자본시장 통합법, 제로베이스 금융규제 개혁, 외환시장 자유화 조처 등 적극적 개방을 통한 대외경쟁력 향상에 주력했다.

‘글로벌 스탠다드’ 다음으로 그가 자주 하는 말이 ‘양극화 해소’다. 저출산·고령화 대책, 공적보증 역모기지 제도 도입, 중소기업 지원혁신, 자활근로사업 확대, 재래시장 대책, 근로소득보전세제(EITC) 도입 추진 방안 등이 이와 관련있다.


공교롭게도 대외개방과 사회안전망 구축이라는 개념 충돌적인 경제관은 청와대의 시각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다. 그가 청와대와 색깔을 맞춘 것인지, 아니면 청와대와 그의 색깔이 애초부터 같았는지는 명확치 않다. 결과적으로 정부 내 정책혼선은 전임자 시절보다 훨씬 적다. 그러나 성장과 분배를 동시추구하는 이런 정책 방향은 보수진영과 진보진영 양쪽으로부터 모두 비판받는 결과를 낳았다.

“분배를 위해 성장을 희생한다”는 그에 대한 보수진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책적 관심은 오히려 ‘성장’ 쪽에 맞춰져 있다. 양극화 해소책도 경쟁에서 탈락하는 이들에 대한 사회안전판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가 취임 첫날 “개방과정에서 소외·탈락계층이 있게 마련인데, ‘따뜻한 정책’을 통해 사회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서도 그의 엘리트주의적인 관점이 읽혀진다. 이런 시혜적 양극화 해소책은 상대적 격차를 더 커지게 만들 수 있다. 그가 남은 임기동안 ‘분배’와 관련된 지표에서도 좀더 뚜렷한 색깔을 보여줬으면 하는 것이 ‘소외·탈락계층’의 바람이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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