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킹, 점주에 현금 대신 ‘햄버거 패티’ 줬다…갑질 점입가경

<한겨레> 횡포 보도에도 ‘본사 부담 쥐꼬리’ 판촉행사
9100원 와퍼세트 공짜 행사에 본사부담 604원 수준

버거킹 와퍼. 버거킹 제공

각종 할인행사 비용은 물론 배달비까지 점주들에게 전부 전가하는 등의 ‘갑질’을 일삼은 버거킹이 <한겨레> 보도 이후에도 “2023년 2분기 멤버십 할인행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모든 멤버십 행사에서 제외한다”며 점주들에게 행사참여 동의서를 받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심지어 버거킹은 할인금액에서 본사가 보조하는 분담금을 ‘현금’이 아닌 ‘버거 패티’로 점주들에게 돌려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버거킹 본사는 지난 17일 각 지역 점주 지역장들을 통해 ‘2023년 2분기 멤버십 총금액 할인쿠폰’이라는 이름의 행사를 4월1일부터 6월30일까지(91일간) 진행한다며 ‘동의서’를 받고 있다. 본사는 이 행사의 목적을 “멤버십 총금액 할인 쿠폰을 통한 매출 상승, 할인 프로모션을 통해 내부 딜리버리 채널 강화, 내부 앱 유저 확보를 통한 고객 충성도 강화”라고 제시했다.

버거킹이 2023년 2분기 행사내용이라며 점주들에게 보낸 문건. 점주협의회 제공

행사 내용을 보면, 멤버십 등급과 적립 금액이 일정 수준 이상인 멤버십 회원에게 아메리카노(1500원)와 아이스아메리카노(1500원) 등 음료부터 와퍼주니어(4700원)와 와퍼세트(9100원)를 ‘0원’(무료)에 제공한다고 돼 있다. 행사비용 부담 내역 항목엔 “가맹점 측면에서는 쿠폰 수량 1개당 와퍼 패티 603.9원을 지원받는 수준”이라고 적시했다. 즉, 9100원짜리 와퍼세트를 멤버십 소비자에게 공짜로 제공하고 점주가 받을 수 있는 본사 보조액은 603.9원이며, 이를 ‘현금’도 아닌 ‘패티’로 제공한다는 뜻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점주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본사의 쥐꼬리 행사 분담금조차 햄버거 패티로 제공하는 것이 버거킹의 수법”이라며 “심지어 이 행사 참여를 거부하자 지역장으로부터 ‘행사 참여를 거부하면, 해당 기간 앱을 통한 멤버십 관련 행사에 전부 참여할 수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점주는 이어 “생일쿠폰 등 각종 할인쿠폰이 앱 멤버십 회원들에게 제공되는데, 분기 행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우리 매장에서는 멤버십 소비자가 어떠한 혜택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라며 “참여를 안 하면 장사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고, 행사에 참여하면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호소했다.

버거킹 매장 전경. 버거킹 공식 누리집 갈무리

전문가들은 이를 프랜차이즈 본사의 대표적인 ‘갑질’ 가운데 하나로 짚었다.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가맹거래사는 “앞선 사례에서 투썸이 본사 할인 보조금 등을 ‘원두’로 지급한 것과 똑같이 버거킹은 이를 ‘패티’로 지급하는 셈”이라며 “본사는 어차피 가맹점주에게 패티를 판매해야 하기 때문에 본사만 이중적으로 이득을 보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버거킹 본사 쪽은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버거킹 쪽은 “프로모션 지원에 대한 기준은 2018년 공정거래위 분쟁조정 합의에 명시된 내용”이라며 “(이번 행사의) 쿠폰 수량 1개당 603.9원은 예상 판매량을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일 뿐이고, 판매실적을 바탕으로 1400원(와퍼세트)까지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모션 참가 거부 시 90일간 모든 행사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분기 중간이라도 자유롭게 참가 또는 거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선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