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7일 일본 도쿄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부터), 구광모 엘지(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끝난 뒤 박수 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오는 4월 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때 함께할 경제사절단을 구성하고 현지 경제 관련 행사를 주관한다. 전경련은 지난 17일 한일 정상회담 때 대통령이 참석하는 한일 기업인 행사를 꾸린 바 있다. 재계에선 ‘정경유착’의 상징으로 추락했던 전경련이 다시 재계 대표단체로서 위상을 되찾는 수순이 아니냐며 촉각을 세우고 있다.
29일 전경련과 재계 단체 등에 따르면, 전경련은 지난 24일 ‘2023 미국 경제사절단 파견안’ 모집 공고를 내고 다음 달 3일까지 참가 신청을 받고 있다. 참가 일정은 4월 24일부터 28일까지이며, 장소는 미국 워싱턴디시(DC) 및 인근 도시다. 전경련은 모집 공고에서 “한미동맹 70주년을 계기로 한미 민간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2023 미국 경제사절단’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참가 대상은 미국과 비즈니스 관계가 있는 기업 대표이며, 참가 기업 선정은 전경련이 꾸린 민관 공동 선정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확정된다. 전경련은 공고에서 “양해각서(MOU) 체결 예정 등 미국과 명확한 비즈니스 성과가 기대되는 기업, 양국이 우선시하는 산업 분야 및 프로젝트 관련 사업이 있는 경우에는 우선 선발된다”고 설명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전경련 회원사뿐 아니라 주요 경제단체 소속 기업들도 모두 신청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때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자금 모금 창구 노릇을 한 게 드러나 사실상 정부 공식 행사에서 배제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시 주도했던 특검팀 수사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삼성·현대자동차·SK·LG 등 주요 그룹들이 전경련을 탈퇴했고, 문재인 정부 때부터 대통령의 국외 방문 때 경제사절단 모집 등 재계의 공식 창구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주로 맡아왔다. 전경련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정부와의 관계 회복이 여의치 않자, 지난 2월 윤석열 후보 캠프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을 회장 직무대행으로 영입해 쇄신 작업에 나섰다.
재계 관계자는 “한일 정상회담 때는 일정이 촉박해 평소 일본 게이단렌과 꾸준한 네트워크를 유지해 온 전경련에 (대통령실과 정부가) 다급하게 손을 내밀었던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 때 재계 행사를 주관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이 한일 정상회담 성과를 내세워 방미 행사 일부를 맡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있었는데, 대한상의를 제치고 경제사절단 구성과 현지 비즈니스 행사 전체를 주관할 줄은 몰랐다. 대통령실과의 교감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앞으로 ‘재계 대표’ 자리를 두고 경제단체 간 신경전이 벌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방미 경제사절단의 주요 행사는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예정된 4월 26일 전후 열릴 전망이다. 우선 전경련은 미국상공회의소와 함께 ‘한미 첨단산업 비즈니스 포럼’을 연다. 참석대상은 한·미 양국 기업인 및 정부인사다. 또 첨단산업·에너지 분야에서 미국 정부·기업·기관과 양해각서(MOU)를 추진 중인 기업들은 현장에서 별도의 체결식 행사를 연다. 최근 미국에 투자계획을 밝힌 기업들이 주요 대상이다. 한국의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과 창업진흥원 등이 주최하는 ‘한·미 클러스터 라운드 테이블’도 진행된다. 이 행사는 스타트업·벤처캐피탈 등 테크 분야 벤처를 위한 자리로 스타트업 기업설명회와 비즈니스 미팅이 진행된다.
김회승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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