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은행의 당기순이익이 1년 전보다 70% 가까이 줄어든 약 2조5천억원에 그쳤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정책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면서 채권과 주식 가격이 떨어지자, 한은의 외화자산 운용 부문에서 손실이 난 영향이다. 그러면서 정부의 관련 세입도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30일 한은이 발표한 2022년 연차보고서를 보면, 한은은 지난해 2조545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치였던 2021년(7조8638억원)보다 68% 감소한 것이다. 이는 2014년(1조9846억원) 이후 가장 나쁜 실적이기도 하다.
한은도 전 세계 증시 하락장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한은의 유가증권매매손익은 2021년 7조4893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2조9951억원 적자로 악화했다. 지난해 채권이나 주식 등 유가증권을 사고 팔면서 그만큼의 손실을 봤다는 얘기다. 이는 주요국 정책금리 인상의 여파로 시장금리가 전반적인 오름세를 그리며 채권 가격이 떨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은의 자산은 대부분 외화증권으로 구성돼 있으며 특히 미국 등 선진국 국채의 비중이 높다. 코로나19 이후 연 0∼1%대를 유지하던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해 본격 오름세를 타 하반기에는 3∼4%대를 기록한 바 있다.
당기순이익 흑자를 방어한 건 주로 외환매매익이었다. 외환매매손익 흑자는 2021년 124억원에서 지난해 2조3069억원으로 급증했다. 한은이 원-달러 환율 급등에 대응해 달러를 대량 매도하는 과정에서 환차익을 본 것이다. 지난해 1∼3분기 당국이 외환시장에서 순매도한 금액은 412억6300만달러로 2021년 같은 기간(72억4500만달러)보다 크게 늘었다. 지난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도 1292.2원으로 직전 10여년간 1000∼1100원대를 기록한 것에 비해 훨씬 높다.
한은의 실적이 대폭 악화하면서 정부의 관련 세입도 급감하게 됐다. 이번에 한은이 세입으로 납부하는 금액은 1조7546억원으로 전년(5조4781억원)보다 68% 감소했다. 마찬가지로 2014년(1조3398억원) 이후 가장 적다. 한은은 통상 당기순이익의 70%가량을 정부 세입으로 납부한다. 당기순이익의 30%로 정해져 있는 법정적립금과 보통 수백억원 수준인 임의적립금을 뺀 나머지 금액이다. 이번에 임의적립금은 농어가목돈마련저축장려기금으로 출연하는 270억원이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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