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도체산업 경기가 과거 2001년 아이티(IT) 버블 붕괴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정도로 악화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은 9일 펴낸 ‘4월 경제동향’에서 “반도체 경기가 2022년 3월 정점을 형성한 뒤 같은해 하반기부터 빠르게 하락해 과거 경제위기 때 최저점과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간 것이 최근 경기 부진의 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기준으로 반도체산업 관련 여러 지표가 과거 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지난 2월 국내 반도체 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41.8% 감소해, 2001년 7월(전년 동월대비 -42.3%), 2008년 12월(-47.2%)과 비슷했다.
2월 반도체 가동률지수(계절조정 기준)도 직전 정점 대비 49.1% 하락해 2001년 7월(-44.7%), 2008년 12월(-48.0%)과 유사했다. 2월 반도체 재고율(재고지수를 출하지수로 나눈 비율)은 254.2로 2001년 7월(247.6)과 2008년 12월(204.6) 수준을 웃돌았다.
반도체 산업 경기 악화는 전체 경기 부진의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2022년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 가운데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8.9%였다. 올 1분기 반도체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40% 줄었고, 지난 1분기 전체 수출액 감소(-12.6%) 가운데 반도체가 -7.9%포인트만큼 기여했다. 개발연구원은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해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면서도, 다만 “내수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부진이 일부 완화했으며 금융시장도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2월 광공업생산은 한달 전에 견줘 8.1% 줄어 전달(-13.%)에 이어 큰 폭 감소세가 유지됐지만, 서비스업 생산은 관광객 유입 등 여행수요 증가로 7.2% 늘어 증가세가 한달 전(4.8%)보다 확대됐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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