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한국공항공사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발생한 잇단 공항 보안사고에 보안관리 실태를 점검한다는 취지라지는 설명이지만,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윤형중 한국공항공사 사장의 퇴진을 끌어내기 위한 감사가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10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 설명을 종합하면, 국토부는 지난 5일 한국공항공사에 대한 실지감사(현장 감사)에 착수했다. 국토부는 2주의 감사 기간 동안 보안관리 실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복무·자회사 관리 상황 등도 폭넓게 살펴볼 방침이다. 한국공항공사는 김포, 김해, 제주 등 14개 지역 공항을 통합 관리하는 공기업이다. 윤 사장은 지난해 2월 취임했으며, 이에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정보원 1차장을 지냈다.
국토부는 보안관리 실태를 점검하기 위한 감사라고 밝혔지만, 윤 사장이 자진 사퇴하도록 감사를 통해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뒷말도 무성하다.
최근 잇달아 발생한 인천발 대한항공 여객기 실탄 발견,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쓰레기통 실탄 발견, 입국 불허 카자흐스탄 2명의 밀입국, 제1여객터미널에서 21㎝ 흉기를 소지한 중국인 여성 적발 등의 보안사고는 모두 인천공항공사가 관리하는 인천공항에서 발생했다. 그럼에도 국토부가 인천공항공사가 아닌 한국공항공사에 대한 감사에 나선 탓이다.
이에 대해 역시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김경욱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이미 사직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 사장은 “인천공항 여객기 내에서 실탄이 나온 이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윤석열 정부로부터 신뢰를 잃은 것이 확인돼 더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공직자의 자세라고 생각한다”며 지난달 28일 사퇴를 공식 발표한 바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인천공항에서 발생한 보안사고와 비슷한 보안사고들이 국내 다른 공항에서 더 많이 발생한 것에 주목해 한국공항공사에 대한 실질 감사를 하는 것”이라며 “인천공항공사에 대해서는 경찰도 수사하고 있어 국토부에서는 한국공항공사를 살펴보려 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토부가 여러 산하 공공기관을 상대로 감찰·감사 등을 벌여 사장 사퇴를 끌어낸 점도 이번 감사가 ‘표적 감사가 아니냐’는 의혹을 뒷받침한다.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한국도로공사 김진숙 전 사장이 국토부의 고강도 감찰이 시작되자 사의를 표했고, 권형택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도 국토부 감사 중간결과가 나온 뒤 스스로 물러났다. 나희승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은 국토부의 대대적 감사 뒤 지난달 초 해임됐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기관이 정부의 정책·철학과 함께 가야 내부 기득권이나 자기 밥그릇 챙기기를 극복하고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며 “(이전 정부 때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은) 나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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