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마켓 독점하려 게임사 압박’ 구글, 소송끝에 ‘5년만에’ 과징금

공정위, 구글 ‘반경쟁행위’ 과징금 421억원
2016년부터 ‘원스토어’ 견제하려 게임 독점
조사 절차 문제삼아 소송 제기, 제재 지연

유성욱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11일 오전 공정위 브리핑룸에서 ‘구글의 앱마켓 관련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조사 결과 구글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21억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사진 이브리핑 갈무리

“중요 게임들을 구글 독점 출시로 계속해서 확보할 것”, “원스토어를 ‘마이너 루저 리그’로 만들어야”, “좀 지난 게임들도 원스토어에서 내리도록.”

‘구글 플레이’를 통해 모바일 앱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이 국내에서 벌인 ‘반경쟁행위’가 내부 문건 등을 통해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이 2016년부터 새로운 앱 시장 경쟁자로 등장한 ‘원스토어’를 배제하고 ‘구글 플레이’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게임사들을 압박한 증거를 내보이며 구글에 약 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조사 개시 5년만에 나온 결과다.

유성욱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11일 오전 공정위 브리핑룸에서 ‘구글의 앱마켓 관련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조사 결과 구글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21억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 국장은 “국내 ‘원스토어’ 출범에서부터 시작된 이번 사건은 구글코리아 뿐 아니라 본사까지 관여했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국내 이동통신사 3사와 네이버가 합작해 모바일 앱 ‘원스토어’를 출범하자 구글 본사까지 나서 넷마블·넥슨·엔씨소프트 등 대형 게임사 뿐 아니라 중소형 게임사들에게까지 ‘원스토어’에 게임을 출시하지 못하도록 막았다는 것이다.

구글이 게임사들을 압박한 수단은 ‘구글 플레이’ 첫 화면 소개 여부 등 글로벌 시장에서 신규 게임의 성공 여부에 ‘열쇠’를 쥔 힘이다. 공정위가 공개한 구글 내부 이메일에는 “‘금주의 신규 추천 게임’ 노출(피처링)은 구글이 게임사들을 관리할 수 있는 힘”이라고 적혀있다.

구글은 ‘원스토어’가 출범한 2016년부터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된 2018년 4월까지 이같은 ‘힘’을 이용해 게임사들을 압박해왔다. 구체적으로 게임사들에 원스토어와 거래하지 않는 조건으로 각종 노출과 국외 진출 지원을 약속했다. 한 예로 2016년 6월 한 대형게임사가 신규 게임을 출시했을 때 구글 본사의 고위 임원까지 한국에 와서 ‘구글 플레이 독점 출시’ 결정을 받아낸 것으로 공정위는 확인됐다. ‘원스토어’ 입점을 준비하다가 구글 미팅 뒤 포기한 중소 게임사도 있었다.

구글의 전략 문건을 보면 ‘구글 매출 비중 상위 4개사’에 대해 ‘원스토어 출시 위험 전면 방어’, ‘독점 출시 조건으로 해외진출, 공동마케팅, 피처링 등 전방위적 지원’이 적혀있다. 구글은 이같은 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혐의점이 담긴 이메일을 지우기도 했다.

이번 공정위의 제재는 구글이 공정위 조사 절차와 관련해 기업 중 처음으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2년 가까이 미뤄진 것이다. 2018년 4월 조사에 착수한 공정위는 2021년 1월 심사보고서를 상정했지만 구글이 타 기업의 영업비밀 등에 대한 열람·복사를 요구하는 행정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 16일에서야 대법원에서 구글이 최종 패소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앞으로 이같은 시간끌기 소송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퍼져나가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구글의 ‘경쟁사 배제, 독점 강화’ 전략 속에 ‘원스토어’는 출범한 뒤 3년동안 시장 점유율이 5~10%까지 추락했다. 원스토어는 공정위의 제재 발표에 “오랫동안 개발사들을 대상으로 행해진 구글의 불공정 행위가 확인되고 합당한 제재가 내려졌다”며 “구글의 횡포로 입점을 주저했던 개발사들의 입점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글은 “구글은 개발자들의 성공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공정위가 내린 결론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