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부산항 신선대부두. 연합뉴스
“(중국과의 교역에서) 과거처럼 흑자가 굉장히 많이 나던 시대는 지난 것 같습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현지시각)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 뉴욕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중국에 쏠린 수출의 다변화 필요성을 시사한 셈이다.
수출시장 다변화의 핵심은 미·중 이외의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인도 등으로의 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아세안 수출도 큰 폭으로 뒷걸음질하는 등 여건이 녹록하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보면, 한국의 대아세안 수출액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6개월 연속 줄고 있다. 아세안 지역은 지난해 연간 수출액(1249억달러)이 1년 전에 견줘 15% 급증하며 중국에 이은 한국의 2위 수출 시장으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그러나 단일 국가 중에서 한국의 최대 무역흑자국(지난해 343억달러)으로 떠오른 베트남이 최근 수출 부진의 직격탄을 맞으며 대아세안 월간 수출 감소폭도 전년 대비 두자릿수로 확대된 상태다. 글로벌 경기 악화와 수요 축소 여파로 우리 기업들이 ‘가공 수출’을 위해 베트남으로 보내는 반도체 부품 등 중간재(최종 제품 생산에 투입하는 재료) 수출이 큰 폭으로 줄고 있는 것이다.
대아세안 수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베트남과의 교역 부진에 따라 아세안 수출액이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8.3%에서 올해 3월에는 17.4%로 내려앉았다.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전략실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베트남의 1분기(1~3월) 성장률(실질 국내총생산 증가율. 전년 동기 대비)이 지난해 5%가량에서 올해 3% 정도로 확 떨어진 상황”이라고 전제한 뒤, “중국이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바짝 좁히고 있어 향후 베트남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중국에 입지를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아세안 내에서도 ‘역내 다각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트남으로의 무역 쏠림을 완화하고 전기차 배터리 광물 등 자원 부국인 인도네시아·필리핀 등과의 공급망 협력, 교역 확대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또 중국을 앞지르는 14억명 인구를 앞세워 연 6%대 고속 성장 중인 세계 경제의 ‘블루칩’ 인도 공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적지 않다. 미·중 사이의 지정학적 요충지이자 완충 지대라는 점을 발판 삼아 고속 성장하는 인도와 아세안을 중국을 대체할 한국의 주요 수출 텃밭으로 키워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한국의 대인도 수출 비중은 2~3% 수준에 머무르는 등 갈 길이 한참 멀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산업연구원 등 무역 통상·산업 전략을 짜는 국책연구기관들도 최근에야 인도 현지 사무소를 개설하고 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등 뒤늦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김계환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은 “일본이 아시아개발은행(ADB)을 앞세워 일찌감치 인도 대륙 내 인프라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지만, 한국은 관심도, 정부의 지원 기능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1992년 한-중 수교 직후 두 나라 간 교역의 봇물이 터졌던 것처럼 인도의 부상에 대비해 우리도 현지 비즈니스 여건 조사, 사업 파트너 물색 등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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