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심의 과정에서 피조사인의 의견 개진 기회가 확대되고, 조사 목적을 벗어나는 자료를 수집한 경우 반환·폐기를 공식 요청할 수 있게 된다.
공정위는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사건절차 규칙 제·개정안을 14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먼저 ‘예비의견청취절차’를 도입한다. 그간 피조사인의 공식적인 대면 의견 진술 기회는 조사가 모두 종료된 뒤 심의 단계에서만 보장됐다. 이전에도 조사 단계에서 심의관과 피조사인 쪽이 만나 의견을 주고받았지만, 제도적으로 보장된 공식 회의가 아닌 탓에 피조사인이 제기한 의견을 기록으로 남기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심의 단계에서도 변론 기회를 확대한다. 심사보고서에 담긴 최대 예상 과징금액이 1천억원 이상(담합사건은 5천억원 이상)이거나 피심인 5명 이상(담합사건은 15명 이상)인 사건은 원칙적으로 2회 이상 심의를 받는다. 이전까지는 피조사인이 2회 이상 심의를 요청하면 위원회가 재량으로 결정해왔다.
공정위 조사의 내용과 한계도 더 명확해진다. 현장조사 공문에 관련 법 조항에 더해 조사의 대상이 되는 기간과 거래분야를 명시하도록 했다. 현장조사 기간을 연장할 땐 연장 기간과 그 이유도 알려야 한다. 기업은 이를 토대로 공정위가 수집했거나 제출받은 자료 가운데 조사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자료가 있다고 판단하면, 이의제기 절차를 통해 해당 자료의 반환·폐기를 공식 요청할 수 있다.
공정위 사무처를 정책 부서와 조사 부서로 분리하는 조직개편도 이날부터 적용됐다. 기존 사무처장의 조사업무는 조사관리관이 수행하고, 사무처장은 조사관리관 업무에는 관여할 수 없다. 공정위는 윤석열 대통령이 ‘경제 사법부처'로서의 공정위 역할을 강조하며 법 집행 혁신을 주문하자 지난 2월 ‘공정위 법 집행 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규칙 개정 절차를 밟아왔다. 공정위는 “이번 규칙 개정으로 피조사인은 자신의 협조 의무 범위를 정확히 파악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고, 조사 및 심의 과정에서 의견을 개진할 기회도 확대돼 피조사인의 절차적 권리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