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비자금 조성 등 시민사회 비판에 백기
참여연대 “회장될 여지 있어 불씨 여전”
참여연대 “회장될 여지 있어 불씨 여전”
두산이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의 거센 비판에 백기를 들었다.
박용만 전 두산그룹 부회장이 15일 ㈜두산 사내이사 후보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형제의 난’ 이래 지배주주 일가의 비자금 조성·횡령·분식회계 등 여러 불법행위가 밝혀져 지난 1월 ‘지배구조 개선 로드맵’을 발표하고도, 회삿돈을 유용해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박 전 회장을 두산 이사 후보로 재추천해 물의를 빚어왔다.
두산그룹은 이날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박용만 이사 후보가 불취임 의사를 표시함에 따라 이사후보 제외가 불가피하게 됐다”고 밝혔다. 두산 관계자는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데다 본인 또한 고사하겠다는 뜻을 밝혀 사퇴했다”며 “두산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되지만 두산 부회장직은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지배주주 일가의 스톡옵션 부여, 박용현 연강재단 이사장 부자의 경영복귀설로 비판 여론이 거센 데다, 2심에 들어간 지배주주 일가의 재판과 대우건설 입찰 참여 등에 악영향이 끼칠 것을 우려해 나왔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는 두산 17일 열릴 주주총회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7일 참여연대는 “박 전 부회장의 두산 이사후보 선임은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가 기만행위임을 증명한 것”이라며 “두산 주주총회에 참석해 박 전 부회장의 이사 선임을 반대할 방침”이라고 밝혔었다. 이날 이수정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간사는 “박 전 회장은 사퇴했으나, 그를 제외한 지배주주 일가가 핵심 계열사 경영진으로 들어가는 것을 볼 때, 그룹 영향력을 포기하지는 않은 듯하다”며 “주총에서 이사가 아니어도 회장이 될 수 있도록 정관이 변경될 예정이어서 불씨는 아직 남아있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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