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금리가 적힌 은행 광고판을 지나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금리 인상 여파로 20대 청년들의 소비액이 연 90만원 가까이 줄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19 기간 대출을 큰 폭으로 늘린 청년층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며 소비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김미루 연구위원은 26일 펴낸 ‘금리 인상에 따른 청년층의 부채 상환 부담 증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 같은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2018∼2022년 5년치 대출자 정보를 분석한 결과,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올랐을 때 대출자 1명당 연평균 소비액은 약 13만2천원 감소했다. 전체 소비액의 0.5% 수준이다.
소비 감소폭은 나이가 어리고 빚이 많은 저신용자일수록 컸다.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 시 20대(20∼29살)의 연간 소비 감소액은 29만9천원으로, 60대 이상(3만6천원)의 8.4배에 달했다. 30대(30∼39살)도 소비를 연 20만4천원 줄였다.
한국은행이 지난 2021년 이후 기준금리를 3%포인트(0.5→3.5%) 인상한 점을 고려하면 20대와 30대의 소비 감소액이 각각 89만6천원, 61만3천원에 이르는 셈이다.
또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올랐을 때 부채 보유액이 상위 50%에 속하는 청년층(20∼39살)의 연간 소비액은 26만4천원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부채 없는 청년의 소비 감소액(2만4천원)에 견줘 씀씀이를 큰 폭으로 죈 것이다.
특히 부채 보유액 상위 50% 청년 가운데 신용점수(1천점 만점) 700점 이하인 저신용층은 연간 소비를 53만9천원이나 줄였다.
김 연구위원은 “청년층은 앞으로 소득이 증가할 가능성이 큰 만큼 현재 소득과 함께 미래 소득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연소득 대비 연간 원리금 상환액 비율) 등 대출 규제에 반영하고, 주택 구매 등 큰 돈이 필요한 경우 만기가 긴 장기 대출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경기 악화 등 일시적인 경제적 충격에 대응할 수 있게 대출에 숨통을 열어주눈 대출 규제를 개선하자는 얘기다.
또 김 연구위원은 “한계 상황에 놓인 청년 차주에게는 기존 채무를 장기 분할 상환 대출로 전환할 기회를 확대해 단기 상환 부담을 줄이고 채무를 장기간에 걸쳐 갚을 수 있게 보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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