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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청년의 비명’ 저출생의 결말…“지리한 저성장? 한방에 훅 갈 수도”

등록 2023-05-03 10:43수정 2023-05-03 13:50

정남구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 | 인구·세대 연구 전영수 교수
합계출산율 0.78명까지 추락…0.6명대 떨어질 수도
출생 100만 때 만든 구조, 현재 25만으로 감당 못해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27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정남구 논설위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27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정남구 논설위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외환위기, 금융위기보다 훨씬 거대하고 질긴 위기가 온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2018년 쓴 <한국이 소멸한다>라는 책에서 ‘인구 위기’가 오고 있다며 이렇게 썼다. 그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처음으로 1명을 밑돌았다. 합계출산율은 그 뒤로도 가파른 하락을 이어갔다. 세계 신기록을 경신하며, 인구학자들이 생각해본 적이 없는 ‘설마’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부가 2월22일 발표한 2022년 합계출산율 잠정치는 0.78명이다. 2021년의 0.81명에서 0.03 더 줄었다.

고성장에서 저성장으로의 변화는 많은 선진국 출산율을 떨어뜨렸다.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에선 성차별적 독박육아 등을 부르는 유교 문화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 많다. 그런데, 한국의 출산율 추락은 일본보다 훨씬 심하다. 일본은 합계출산율 하락을 1.3(2022년) 수준에서 방어하고 있다. 전 교수는 우리나라가 일본과 다른 점으로 ‘수도권 중심 자원 집중’, ‘학력 중심 성공모델’ 등을 꼽았다.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는 일본의 장기침체 원인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저출산·고령화’다. 우리는 훨씬 심각한 인구감소의 길로 향하고 있다. 전 교수는 “한국경제가 일본을 따라갈 것이냐 그렇지 않을 것이냐 논란이 많았는데, 추락 위험은 훨씬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에서 정책을 배워서 저출생 해법을 풀 수 있는 지경을 넘어섰다며, ‘서울, 서열, 기득권’을 깨는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저출생 추이, 예상 뛰어넘는 악화일로

―9년간 경제매체 기자로 일하다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인구 통계와 세대 분석을 통해 사회변화를 연구하는 경제학자’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어떤 계기로 그쪽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시게 됐는지요?

“앞으로 우리가 맞이하게 될 사회의 중요한 화두인데 사람들이 관심을 덜 갖는 사안, 그런 관점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관심을 가진 게 세대 문제입니다. 처음엔 고령화 이슈였습니다. 그때는 고령 부모의 소득 가운데 자식들이 주는 돈, 즉 이전소득이 40%가량 차지했습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았죠. 앞으로 고령화가 진척되고 성장률이 낮아지면 이런 방식이 지속 가능할까?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 연구를 했고, 그 다음엔 그들의 자녀들인 청년 세대의 빈곤에 대해 연구했고, 세번째로 두 세대 사이에 낀 ‘샌드위치 세대’를 살펴봤습니다. 이 3세대를 관통하는 단어가 바로 ‘인구’지요.

―노인 인구 증가는 다 예상했던 일인데, 출산율 하락은 예상을 크게 뛰어넘고 있습니다. 올해 1∼2월 출생아 수가 지난해보다 5% 줄었는데요. 이걸 보면 올해도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통계청의 장래 합계출산율 추계에서는 올해 0.73, 내년에 0.70까지 떨어지고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저는 최저점이 그보다 낮게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출생아보다 사망자 수가 많아서 인구가 자연감소로 접어드는 시기에 대한 전망도, 합계출산율 하락 폭도 전망이 계속 틀리고 있습니다. 애초 예측보다 더 나빠지는 쪽으로 말이죠.

“2015년 인구추계할 때는 인구의 자연감소가 2029년에 시작될 것으로 봤습니다. 그런데, 10년이나 빠른 2019년부터 자연감소가 시작됐죠. 사망자 증가보다는 출생아 수 감소 영향이 큽니다. 2015년 추계에서는 2018년 합계출산율도 1.14명이었는데, 실제로는 1명을 밑돌았죠. 그래서 경각심이 좀 살아나면서 2019년에 특별추계를 했습니다. 추계가 현실과 차이가 생겼던 건 인구주택총조사의 한계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광역시와 도 지역을 비교해보면 광역시가 출산율이 낮고, 인구 저밀도 지역인 도의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서울은 0.59명, 전라남도는 0.98명입니다. 그런데, 도 지역에 사는 젊은이들은 주민등록만 거기 돼 있고, 고밀도 저출산 지역인 서울·수도권이나 대도시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지요. 실거주지와 주민등록지 사이의 차이가 있는 인구조사 결과를 갖고 추계하면 도 지역의 장래 출산율은 실제보다 높게 나옵니다.”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다, 이게 얼마나 심각한 겁니까?

“인구가 유지되려면 2.1명이어야 하지요. 1.3명은 위기선이라고 하는데, 0.78은 그 절반에 가깝습니다. 작년 출생아 수가 25만명을 밑돌았습니다. 우리나라의 기본구조는 한 해에 아기가 80만∼100만명 태어날 때 만들어졌습니다. 그게 4분의 1 토막 났다는 건, 과거 같으면 한 사람이 10을 내서 노인인구를 부양하던 것을 이제 40을 내야 가능해진다는 이야기죠.”

―이 정도 되면 설마 더 떨어지기야 하겠냐고 생각할 만도 한데요.

“최근 5년간 연평균 하락 폭이 0.04입니다. 0.78명이란 수치가 하루 아침에 나오게 된 건 아니죠. 앞으로 온갖 노력을 다 해도 앞으로 20년, 30년간 그 후폭풍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이제 베이비붐 세대도 은퇴하고 피부양 노인이 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낮은 출산율은 청년들의 비명이라고 해야겠지요?

“20대, 30대의 엄청난 박탈감이 말도 안되게 낮은 출산율의 근원입니다. 우리 세대 대학 진학률은 20%대였는데, 현재 청년세대의 대학 진학률은 75%가량입니다. 판단 능력이 좋아졌고, 우리와 달리 선진국에서 성장했습니다. 지금 겪는 고통이 훗날 큰 편익을 가져다준다는 신화를 믿지 않습니다. 얼마 안 되는 안정되고 좋은 일자리를 얻고 지키려고 치열한 경쟁을 계속해야 하는 이들에게 매우 고위험 카드일 수밖에 없는 가족의 결성, 결혼과 출산은 삶의 당연한 일부가 결코 아닙니다. ”

―2차 세계대전 이후 성장을 구가해 온 대부분의 선진국이 1980년대 접어들면서 출산율이 떨어졌습니다.

“고성장의 시대가 가면서 감축성장에 들어간 때지요. 이른바 ‘선진국병’의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그들 선진국 대부분의 합계출산율은 하락 폭이 둔화되거나 일부는 약간 회복하면서 현재 대개 1.6명 수준에 수렴하지요.”

동아시아 국가들, 소득 올라가도 출산율 하락 공통점 왜?

―그런 나라들에선 0∼1 사이 수치로 나타내는 인간개발지수가 0.85∼0.9를 넘기면서 출산율이 다시 상승했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여성이 일하는 환경이 개선되고, 보육이나 교육시설 정비 등이 이뤄진 뒤의 일이지요. 그런데, 일본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소득수준이 높아졌어도 출산율이 크게 떨어지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기성세대들이 유교적 사고방식에 젖어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겠지요. 우리나라 기성세대의 머리 속에는 이른바 ‘사’ 자 직업이라든가 ‘고학력 대기업 취업’ 등 독특한 입신양명의 모델이 들어있습니다. 그걸 이루려면 자식을 서울로 보내야죠. 젊은이들이 서울 수도권에 와서 일을 하면서 다행히 결혼도 했다고 칩시다. 그런데, 남녀 모두 일하는 맞벌이 상황인데, 애를 낳으면 누가 보죠? 서구 사회에서 아기는 마을이 함께 키우는데 우리나라에선 엄마를 대체할 기제가 없습니다. 결국 ‘여성 독박 육아’가 돼버립니다. 먼저 결혼한 친구와 선배들의 그런 모습을 보고 많은 이들이 더는 ‘가족’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아버립니다.”

―지난달 26일 일본 정부 경제재정자문회의 민간위원들이 낸 보고서에 아동수당과 주택 지원 등 저출산 정책 예산을 연간 5조엔(약 50조원) 늘리면 출산율이 0.05∼0.1명 올릴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일본 남성의 가사참여 비중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수준으로 올리면 출산율이 0.1명 상승하고, 노동인구 소득이 연 2%씩 오르면서 청년인구를 중심으로 임금인상이 이뤄져도 0.1명 오를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가 2005년 저출산고령화위원회 출범 때부터 16년간 저출산 대책에 280조원을 썼는데 지금 그 결과가 도대체 뭐냐는 비판도 나옵니다만, 저는 그걸 무능했다든가 그렇게 볼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숫자는 18개 부처에서 이런저런 관련 예산을 모조리 합쳐놓은 것일 뿐이고, 앞으로 가야할 길이 머니까요. 다만 저는 새로운 상상력을 담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환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젊은이들이 아이 낳기 싫다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하냐고 그들에게 직접 물어봐야 합니다. 그래왔나요? 아니죠. 지금 우리나라에는 10년, 20년 뒤 인구 비전이 아예 없습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정치인에게 맡기고 자주 바꾸는데 그래서는 정책의 일관성을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27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정남구 논설위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27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정남구 논설위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 서울·수도권 과밀’ 주거 부담…가족형성 포기, 저출생 이어져

―일본에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담당하는 특명 장관이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2005년 합계출산율이 1.26으로 떨어지자 충격을 받고 많은 노력 끝에 반등을 시켰으나 그뒤 다시 주춤하고 있습니다. 2021년 1.3명 수준이죠. 물론 거기에 견줘서도 우리나라는 극도로 낮은데 무엇 때문이라고 보십니까?

“고학력 추구, 대기업 입사를 통한 입신양명, 이를 위한 서울·수도권으로 인구이동이 우리나라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구 52%가 집중돼 있는데, 주민등록을 옮기지 않고 사는 사람까지 합치면 60%가 넘을 겁니다. 일본은 30%가 안됩니다.

우리나라는 중앙집권의 오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한양으로 보내라’는 인식이 지금도 강합니다. 실제로 서울은 고도의 분업구조를 갖추고 있어서, 서울 가면 일자리가 있습니다. 분업이 고도화된 사회에선 자기가 잘하는 일 하나만 하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한테 맡겨야 합니다. 그 비용을 감당하려면 점점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합니다. 주거는 큰 부담이죠. 땅면적은 12%인데 전국민의 60%가 몰려 있는 곳, 그런 서울·수도권에서 모두에게 만족스런 주거 환경을 제공한다는 건 불가능하죠. 늦게 진입한 사람일수록 내집을 갖기가 더 어렵습니다. 가족을 결성하기가 점점 어려워지지요. 그래서 서울에서는 인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전 세계 수도 가운데 인구가 감소하는 곳은 우리나라 밖에 없습니다. 일본의 젊은이들은 진학이나 구직을 위해 굳이 도쿄로 가려는 비율이 한국보다 낮지요. 로컬(지역) 단위의 건재함에서 일본은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습니다. ”

―서울·수도권 블랙홀을 깨야 한다는 이야기군요.

“지금 우리나라 228개 지자체 중에서 서울 수도권 빼고 자생력을 갖추고, 특히 서울 수도권과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곳이 과연 몇 개나 될까요? 참고로 미국이나 주요 선진국 합계출산율은 1.6명 언저리입니다. 인구야 자연 감소하게 마련이지요. 그런데 유입 인구가 있어서 총인구가 증가합니다. 최근 10∼20년 사이 인구가 증가하고 잠재성장률을 높인 나라들 공통점을 보면 연방제 국가가 많다는 게 눈에 띕니다. 지역 단위 아래서 자원을 외부에 뺏기지 않고 역내 순환 경제구조를 만드는 데 성공한 곳입니다. 청년 인재를 외부에 뺏기지 않습니다. 학비가 싼 대학을 비롯해 필요한 걸 다 주니까요. 서울 수도권의 기득권을 깨고, 지방분권 자치분권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일, 거주, 놀이를 한 곳에서 누리는 ‘직주락’의 토대를 구축하자는 ‘로컬리즘’에 주목하는 분들이 생겨났다는 데 저는 고무적입니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가성비가 괜찮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이에게 해법 묻고, 기성세대 양보와 응원 필요

―저출생은 그동안 숫자로만 심각성을 더해왔습니다. 그런데 그걸 해결하기 전에 고령화의 부담이 빠르게 떠오를 것 같습니다.

“노인 인구 비중이 벌써 16.7%인데 초고령사회 기준이 되는 20%를 몇 년 사이에 넘길 것입니다. 1955년부터 1975년 사이에 태어난 인구가 1700만명입니다. 1958년생이 올해 65살이 되는데요, 이제 세금을 못 내고 부양을 받아야 할 세대가 급격히 늘어납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의 가닥을 잡지 못했는데, 이슈가 고령화 문제로 빠르게 넘어가게 돼 있습니다. 고령화 문제는 훨씬 많은 자원 배분을 요구하지요. 은퇴시기 문제, 호봉 중심 임금 시스템, 연금제도 개혁에 시급히 합의점을 찾아 정비해야 합니다. 저는 이런저런 기득권을 갖고 누리는 사람들이 ‘선배답게 양보, 부모답게 응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인구 문제는 공동체의 미래에는 엄청나게 중요하지만, 개개인에게는 내 문제가 아닙니다. 임기가 정해진 정치권력도 지금 돈을 써봐야 임기 중에 효과를 거두기 어려우니 소홀히 하기 쉽습니다. 그런 점에서 앞날을 낙관하기가 어렵습니다.

“일본은 1990년대 중반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복합불황이 시작됐습니다.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줄고 있습니다. 앞으로 20∼30년 동안 일본이 앞서 겪은 시대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나 똑같은 조건이 아닙니다. 우리나라가 출산율이 훨씬 낮고, 고령화 속도는 더 빠른 채로요. 일본이 지리하게 저성장의 길을 가고 있다면, 한국은 한 방에 훅간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적어도 인구 감소 문제에 관한 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우려스런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많은 나라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슬기롭게 잘 풀어낸다면, 인구가 줄어드는데도 국내총생산이 늘어나면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일궈내는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것이고요. 그렇지 못하면 선진국에서 중진국으로 다시 떨어진 최초의 사례가 될 수도 있습니다.”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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