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흥행 실패로 자본잠식에 빠진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부영그룹 부영엔터테인먼트(이하 부영엔터)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지원받은 회사는 부영 총수의 아들이 100% 지분을 들고 있는 회사이며, 지원한 회사는 총수 배우자가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궁지에 몰린 아들을 어머니가 도우려다 법을 위반한 모양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0일 공정거래법을 위반(부당지원거래)한 점을 들어 부영엔터에 3억6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처분을 받은 회사는 그룹 계열사 대화기건이 옛 부영엔터를 흡수합병한 뒤 사명을 부영엔터로 바꾼 곳이다.
사건은 옛 부영엔터가 제작한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자본잠식에 빠진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영그룹은 계열사 대화기건과의 합병을 통해 옛 부영엔터를 살리는 방안을 마련했다. 문제는 합병 과정에서 이뤄진 옛 부영엔터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발생했다. 옛 부영엔터는 휴지조각에 불과한 주식 9만주를 주당 5만원에 대화기건에 팔았다. 대화기건이 납입한 45억원은 고스란히 옛 부영엔터의 채무 상환에 쓰였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시장 가격 등에 비춰 현저히 싸거나 비싸게 주식 거래를 할 땐 부당지원거래로 간주한다.
지원을 받은 옛 부영엔터는 이중근 그룹 회장의 3남인 이성한씨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고, 지원을 한 대화기건의 지분은 모두 이 회장의 배우자 나길순씨가 보유 중이었다. 공정위는 “기업집단이 부실계열사 퇴출을 방지하기 위해 계열회사 간 유상증자 참여 등의 인위적이고 불공정한 방법을 활용했다”며 “이로 인해 부실계열사가 영화제작 시장에서 자신의 경영능력·경쟁력과 무관하게 경쟁상 우위를 차지한 행위를 제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제작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할 부영엔터가 계열사 지원으로 살아남으면서 또다른 영화 제작사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뜻이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