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익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이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플랫폼 기업결합 심사 개선방향과 관련한 브리핑에 앞서 영상보고서를 게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와 배달의 민족 등 플랫폼 사업자의 인수합병(기업결합)을 심사할 때 소비자후생 증가를 중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국책연구원의 제언이 나왔다.
조성익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18일 ‘플랫폼 기업결합 심사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플랫폼 기업결합은 전통기업 결합보다 시너지가 특별히 클 가능성이 크다”며 “플랫폼 기업결합 심사 때 효율성 검토 의견서를 별도로 작성하도록 의무화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기업 결합을 심사할 때 관련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는지를 우선 검토한다. 이후 결합을 신고한 기업은 해당 기업결합으로 발생하는 긍정적인 효과(효율성)를 제시하며 승인 필요성을 주장하고 공정위는 이 주장의 타당성을 검증하는데, 플랫폼 기업결합의 경우엔 이 효율성 대목을 더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조 선임연구위원이 주목한 건 효율성이 발현되는 지점의 차별성이다. 전통기업의 기업결합 시너지는 비용 절감 등 생산 측면에서 발현되지만, 플랫폼 기업결합은 소비자 편익이 직접 증가한다. 그는 “이용자의 거래비용 및 탐색비용 감소는 플랫폼 거래 자체의 본질”이라며 “(플랫폼) 생태계 경쟁력이 강화되면 소비자들이 들어와서 원스톱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 후생이 증진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생산 쪽에서 비용이 감소하면 그 가운데 일부만 소비자 후생으로 연결되거나 기업이 모두 편익을 차지할 우려가 있지만, 플랫폼 기업결합은 소비자의 편의성이 직접적으로 올라간다는 의미다.
다만 그는 효율성을 강조하면서도 ‘진입장벽 증대’ 부분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했다. 진입장벽은 기존 기업이 초과이익을 얻고 있어 새로운 기업이 시장에 진입할 유인이 있지만, 이를 저지하는 요인을 말한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플랫폼 시장에 진입하려면 기존 대형 플랫폼이 제공하는 부가서비스들을 골고루 갖출 필요가 있어 진입장벽이 훨씬 높게 형성되고, 진입장벽이 형성되는 것 자체가 플랫폼의 근본적인 사업 모델이기도 하다”며 “앞으로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심사하겠다고 밝혀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효율성과 진입장벽 증대는 서로 상충하는 개념이라서 어느 쪽을 중시해야 하냐는 질문에 그는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가 아니고, 플랫폼 기업결합의 특성을 이야기한 것”이라며 “특정 사안 마다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봐야할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올해 상반기 내로 플랫폼 기업결합 심사 기준을 개정해 진입장벽 증대 효과, 지배력 전이 가능성 등을 적절하게 검토할 예정이다. 조 선임연구원은 “기존 심사제도로는 공정위와 기업 모두 불확실성에 놓여있다”며 “심사 기준을 잘 마련해둬야 기업도 심사가 진행 방향을 예측할 수 있고, 공정위 실무자도 심사기준 적용에서 불필요한 고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