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에서 채택한 ‘사회연대경제 결의안’은 회원국들에 사회연대경제 지원을 위한 법제도를 마련하도록 권장한다. 결의안은 한국정부도 찬성해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유엔사회연대경제 태스크포스(UNTFSSE)의 샹탈 라인 카르펜티에 의장은 지난 16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의 서면인터뷰에서 “200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프랑스·이탈리아 등 20개국 이상이 사회연대경제 지원법을 채택했다”면서 “유엔 결의안으로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은 지난 4월18일(현지시각) 제77차 총회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사회연대경제를 지속가능한 경제 및 사회개발의 모델로서 지원·강화하도록 장려한다. 협동조합·사회적기업 등이 중심축인 사회연대경제는 모든 경제활동 과정에서 이윤 극대화보다 사회적 가치 실현과 공동체 구성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나타나는 불평등, 빈부격차, 고용불안, 환경파괴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아 왔는데, 코로나 위기를 계기로 국제사회의 관심이 한층 더 뜨거워졌다.
국회에 발의된 사회적경제기본법을 포함한 이른바 ‘사회적경제 3법’의 제·개정을 둘러싸고 여야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사회연대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원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여당은 사회적경제에 대한 ‘퍼주기법’이라며 반대한다. 유엔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한국 등 190여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가 있는 유엔무역개발회의에서 무역·환경·기후변화·지속가능발전 국장을 맡고 있는 카르펜티에 의장은 “한국의 사회연대경제는 국제사회에서 케이(K)-팝이나 케이(K)-드라마와 마찬가지로 떠오르는 샛별과 같다. 지구촌 남반구의 사회연대경제 주체들은 한국이 글로벌 차원에서 사회연대경제를 지원하고 촉진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태스크포스가 유엔 결의안의 산파역을 했다고 들었다.
“태스크포스는 사회연대경제를 촉진하기 위해 2013년 9월 출범했다. 설립 회의에는 국제노동기구, 유엔개발계획, 유엔사회개발연구소의 주도 아래 14개 유엔 산하기관이 참여했다. 이후 사회연대경제와 지속가능발전목표에 관한 입장문 작성, 사회연대경제 백과사전 출간, 심포지엄 개최 등 중요한 공헌을 했다. 2021년 제3차 심포지엄에서는 유엔 결의안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대륙별로 결의문 채택을 주도할 국가를 확보하는데 주력했다. 코로나로 인해 회원국들이 대면회의를 못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스페인(유럽), 칠레(중남미), 세네갈(아프리카)의 참여를 끌어냈다.”
유엔 사회연대경제 결의안 채택 ‘산파’
지원법 마련과 금융기관 지원 장려 등
한국 등 190여 개 회원국 만장일치
2천년대 세계 20개국 지원법 마련
“유엔 결의로 법 제정 나라 늘 것”
국회 ‘사회적경제 3법’ 여야 대치 중
여 “퍼주기법” 야 “활성화에 꼭 필요”
―결의안의 주요 내용을 꼽는다면?
“유엔 회원국들에 사회연대경제를 지원하고 강화하기 위한 국가·지방·지역 차원의 전략·정책·프로그램을 장려하고 이행하도록 권장했다. 또 금융기관과 개발은행이 금융 상품 등을 통해 사회연대경제를 지원하도록 장려한다. 자금조달의 어려움은 그동안 사회연대경제의 발전과 확장을 가로막아 왔다. 유엔 사무총장에게 결의안 이행에 관해 보고서 작성도 요청했다.”
―유엔사회개발연구소와 국제협동조합연맹은 결의안에 대해 전 세계 사회연대경제에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결의안은 사회연대경제에 대해 공식 정의를 하고, 지속가능개발목표의 달성 및 현지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인정했다. 이를 통해 전 세계에서 사회연대경제의 잠재력을 최대한 실현할 수 있는 탄탄한 기반이 마련됐다. 사회연대경제는 19세기초 이래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이들은 지구 건강, 국민복지, 민주적 지배구조에 크게 기여했지만,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공식통계에서도 제외됐다. 결의안 채택으로 이런 문제가 모두 해결될 수 있는 실마리가 마련된 것은 큰 진전이다.”
지난 4월18일(현지시각) 유엔 제77차 총회에서 욜란다 디아스 페레스 스페인 노동과 사회 경제부 장관이 사회연대경제 결의안을 소개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사회연대경제 조직이 2017년 기준 280만개에 달하고, 전체 고용의 6.3%를 차지한다고 한다. 반면 한국의 사회연대경제는 그동안 괄목할 만한 양적성장을 이뤘지만 고용 비중은 아직 1%를 약간 넘는 수준이고 법제도 기반도 취약하다. 전 세계 사회연대경제의 발전 현황은?
“조직 수와 고용·생산에 대한 사회연대경제의 기여도는 그동안 과소평가됐다.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다자간 이해관계자 회의에서 뉴욕 주재 몽골 대사는 전 세계적으로 협동조합이 1억개의 일자리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 세계 다국적 기업이 제공하는 일자리보다 20%가 더 많다. 프랑스의 마를렌 시아파 사회연대경제부 장관은 이 분야의 조직과 기업이 국내총생산의 10%, 일자리의 14%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유엔 결의안은 모든 유엔 회원국, 유엔 기구, 금융기관에 사회연대경제를 촉진하고 지원할 것을 촉구했다.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각국의 상황과 우선순위 등을 고려해서 사회연대경제를 위한 법·제도를 개발해야 한다. 또 국가통계 작성, 재정 및 공공조달 인센티브 제공으로 사회연대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교육 커리큘럼과 역량 강화, 연구 이니셔티브에서도 사회연대경제를 인정할 것을 권한다. 사회연대경제 주체들이 금융서비스 및 자금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이런 정책결정 과정에 사회연대경제 주체들의 참여를 장려한다.”
―한국 국회는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에 정부 조달액 중 일정부분 의무할당 등을 담은 사회적경제기본법 등의 제·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부문의 글로벌 동향은 어떤가?
“2000년 이후 20개 이상의 국가에서 사회연대경제 관련법을 채택했다. 여기에는 아르헨티나·벨기에·브라질·캐나다·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이 포함된다. 이런 노력은 유엔 결의를 계기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사회연대경제를 혁신적 포용성장 달성을 위한 중요한 축으로 생각한 반면 현 정부여당은 사회연대경제에 큰 관심이 없다.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도 특혜라고 반대하는데.
“이 질문에는 답하기 곤란하다. 양해해달라.”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jskw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