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유상증자 등으로 자금조달에 나섰다가 실패해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되는 코스닥시장 상장기업이 늘고 있다. 지난 5개월간 9건으로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배 이상 많다. 유상증자 계획 등을 공시했지만 고금리 및 경기 둔화 탓에 인수 예정자들이 대금을 납입하지 않으면서 철회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23일 <한겨레>가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을 살펴본 결과,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코스닥시장에서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된 사례는 모두 28건이다. 이 가운데 유상증자 결정이나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공시했다가 나중에 이를 뒤집으면서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된 건수는 9개다. 비슷한 사유로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된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4개였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올해 들어 코스닥시장에서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 다시 늘고 있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유상증자, 전환사채 등에 대한 공시변경 증가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상반기 이후 건별로 더 자세히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존 발행 주식 수를 늘리는 유상증자나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는 전환사채 또는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은 기업의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상장기업의 공시 대상에 포함된다. 만약 공시한 대로 유상증자나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이 진행되지 않으면 해당 기업은 변경 사항을 다시 공시해야 한다. 이 경우 공시변경으로 간주돼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될 수 있다. 다만 자금조달 공시를 변경하거나 철회한다고 해서 무조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는 것은 아니다. 상장기업이 자금조달 계획을 밝히기에 앞서 거래 상대방이 실제로 돈을 납부할 수 있을 만한 자금 상황이 되는지 등을 충분히 검토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면 면책사유가 인정된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증가는 코스닥 기업의 자금조달 환경이 나빠진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상장기업들이 유상증자 등으로 자금조달에 나섰으나 인수자들이 약속대로 대금을 납입하지 않으면서 계획이 무산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인수자들도 대출 등으로 어디선가 자금을 끌어와 납입을 해야 하는데, 금리가 오르고 시장 상황도 안 좋아 (자금 조달이) 힘든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가장 최근인 지난 18일 공시번복(전환사채권 발행 결정 철회)을 이유로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된 버킷스튜디오는 3월24일 정정공시에서 ‘인수 예정자(발행 대상자)의 납입(투자) 철회’로 전환사채권 발행 결정을 취소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기업은 19일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정 철회로 불성실공시법인에 추가로 지정예고됐다. 지난해 8월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지만 “발행 대상자가 대내외적인 상황을 이유로 납입 불가를 통보하면서 철회를 결정했다”고 지난달 공시했다.
한편, 코스닥시장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은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에 대거 유입됐던 2020년에 연간 121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후 2021년 99건, 2022년 54건으로 감소세를 보였지만, 올해 들어서는 다시 증가하는 모습이다. 연초부터 5월22일까지 같은 기간으로도 2020년 47건, 2021년 44건, 2022년 17건 등으로 감소하다가 올해는 28건을 기록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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