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안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제공
한국 정부가 미국 반도체지원법(CHIPS Act)에 따라 생산 제한을 받게 될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 대해 반도체 생산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미 정부에 요청했다.
23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정부 관보를 보면, 한국 정부는 미 상무부가 지난 3월 공개한 반도체지원법 가드레일(안전장치) 세부 규정안에 대해 공식 의견을 제출했다. 한국 정부는 의견서에서 “가드레일 조항을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에 부당한 부담을 주는 방식으로 이행해서는 안 된다”면서 “미국 정부가 규정안에 있는 ‘실질적인 확장’(material expansion)과 ‘범용(legacy) 반도체’ 등 핵심 용어의 현재 정의를 재검토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의견서에서 ‘실질적인 확장과 범용 반도체의 정의 재검토’가 어떤 의미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가 운영중인 중국 내 공장의 생산능력 제한을 완화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에스케이는 우시와 다렌에 반도체 공장을 운영중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공개된 의견서 내용 외에 추가적인 설명이나 입장을 내놓을 게 없다”고 입을 다물었다.
가드레일 규정안은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향후 10년간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실질적으로 확장할 경우 보조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확장’을 첨단 반도체의 경우 5%, 이전 세대인 범용 반도체는 10%로 제한했다. 한국 정부는 첨단 반도체의 실질적인 확장의 기준을 기존 5%에서 10%로 높여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 상무부는 범용 반도체 기준을 디램의 경우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상, 낸드플래시는 128단 이하로 각각 정의했는데, 한국 정부는 이 기준도 완화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도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공개본에 내용이 담기진 않았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와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도 미 상무부에 낸 의견서에서 실질적 확장의 기준을 10%로 늘리거나 기존 생산장비의 업그레이드나 교체는 실질적 확장으로 간주하지 않을 것을 요청했다. 상무부는 전날 의견 접수를 마감했으며 연내 확정된 규정을 발표할 계획이다.
김회승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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