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일본 히로시마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열린 회의에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세기 가량 지속된 세계화가 2008년 금융위기를 분기점으로 종료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주도형 성장도 막을 이미 내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25일 발표한 ‘제2차 세계화의 종언과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 총생산 대비 교역 비율 증가율이 하향세로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를 보면, 세계 교역 증가율은 금융위기 이전인 1990~2007년 연평균 7%를 나타낸 반면, 최근 10년간 평균 증가율은 3.1%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또 세계 교역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 대외 직접투자 대비 총생산 비율도 금융위기 이전까지의 상승세를 멈추고 하락세로 반전됐다.
보고서는 세계 경제의 총생산 대비 교역 비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세계화의 확산으로 정의했다. 세계 경제는 산업혁명기(19세기 후반~1차 세계대전)의 ‘1차 세계화’에 이어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브레튼우즈 체제) ‘2차 세계화’ 시기를 거쳤다. 보고서는 “2차 세계화는 1980년대 이후부터 개발도상국의 참여와 냉전 종식의 영향으로 더욱 확대됐으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상승세를 멈추고 최근 10여년간 하락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훨씬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1990~2007년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13.2%로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보다 2배 이상 높았지만, 최근 10년간 수출증가율은 2.4%로 경제성장률을 소폭 하회했다. 코로나19 수출 특수가 있었던 기간을 제외하면 최근 10년간 평균 수출증가율은 경제성장률보다 1%포인트 이상 낮은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수출 부진은 특히 제조업에 지배적 영향을 미쳐 최근 10년간 제조업 성장률과 경제성장률의 관계도 역전됐다. 수출증가율이 경제성장률에 못 미친다면 더 이상 수출주도형 성장으로 볼 수 없다”고 짚었다. 강두용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주요7개국(G7) 정상회담에서 선언한 ‘신워싱턴 컨센서스’가 자유무역을 내세우며 세계화를 주도했던 1990년대의 워싱턴 컨센서스와는 정반대의 주장을 제시하며 사실상 세계화 종료를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두용 선임연구위원은 미-중 갈등이 세계 경제의 탈동조화(디커플링)로 이어질 경우 경제와 교역의 침체는 가속화할 것으로 봤다. 특히 한국은 미국과 중국 모두와 교역 비중이 높고 중간재 수출 비중이 커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무역기구(WTO)의 분석을 보면, 세계 경제가 ‘전면적인 디커플링’으로 진행하면 전세계 총생산은 최대 7% 감소하고, 수출국 등 영향을 많이 받는 국가 그룹은 최대 12%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 연구위원은 “첨단산업에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국가들과 교역환경 악화를 막기 위한 공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수출의 성장 기여도 하락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소비·투자 등 내수의 동력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회승 선임기자
honest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