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MS·블리자드 기업결합 승인…“경쟁 제한 우려 없어”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글로벌 게임 개발회사인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공정위는 30일 “두 회사의 기업결합을 심사한 결과, 국내 게임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기업결합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1월 게임회사 블리자드 지분 100%를 687억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블리자드 인수 금액은 정보기술(IT) 산업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여러 게임을 직접 개발·배급하는 동시에 텔레비전 등에 연결하는 콘솔 게임기 엑스박스(Xbox)를 판매하고, 다른 회사가 개발·배급한 게임을 유통하기도 한다. 블리자드는 오버워치·디아블로·스타크래프트 등 컴퓨터 게임 분야의 강자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블리자드가 인기 게임을 지렛대로 콘솔·게임 구독 등 유통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대하고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공정위가 콘솔게임과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시장을 중심으로 경쟁 제한성을 심사한 것이다. 공정위는 두 회사 게임의 국내 합산 점유율이 낮아 기업결합 후 마이크로소프트가 블리자드 주요 게임을 자사에만 배타적으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다른 사업자를 시장에서 퇴출시킬 가능성이 작다고 결론 내렸다. 두 회사의 국내 콘솔게임 점유율은 2∼4%, 클라우드 게임은 4∼6%에 그치고, 스마일게이트(로스트아크), 텐센트(리그오브레전드) 등 다른 배급사들이 인기 게임을 공급하고 있다.

콘솔 게임기와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 시장에서는 이미 경쟁사가 충분한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어, 기업결합으로 경쟁에서 배제될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국내 콘솔 게임기 시장은 소니(플레이스테이션)가 70∼80%를, 클라우드 플랫폼 시장은 엔비디아가 30∼40%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 공정위 승인 결정과 별개로 두 회사의 기업결합이 최종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미국과 영국 경쟁 당국이 이번 인수합병으로 자국 내 게임 시장의 경쟁이 제한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작년 12월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영국 경쟁시장청(CMA)도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서의 경쟁 약화가 우려된다며 지난달 인수를 허가하지 않았다. 일본, 중국, 브라질, 칠레 등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조건 없이 인수를 승인했고, 유럽연합(EU)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블리자드 게임을 경쟁 클라우드 게임사에 향후 10년간 로열티 없이 제공하는 조건으로 인수를 승인했다.

안태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