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류를 포함한 에너지 수입가격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출입을 통한 교역조건이 지난 4월에도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 상품의 평균가격이 수입가격보다 더 많이 떨어진 결과이다.
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4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달러 기준)에 따르면, 4월 순상품교역조건지수(2015년=100)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5% 떨어진 83.86을 기록해 2021년 4월 이후 2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수출 상품과 수입 상품의 상대가격 비율로 산출하는 교역조건지수 하락은 무역을 통한 실질소득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4월에 천연가스 등 에너지류 가격을 중심으로 수입 가격지수가 1년 전보다 12.8% 떨어졌으나, 수출 가격은 -13.2%로 하락폭이 더 커 교역조건 하락을 이끌었다.
수출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뜻하는 소득교역조건지수도 97.76으로, 전년동월 대비 3.7% 떨어졌다. 소득교역조건은 2022년 2월 이후 15개월째 내림세이다.
4월 수출금액지수는 118.32로 1년 전에 비해 16%나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수출금액지수는 지난해 10월(-6.6%) 이후 7개월 연속 하락세인데, 4월 하락폭은 3월(-13.7%)보다 더 커졌다. 품목별로는 반도체가 포함된 컴퓨터·전자·광학기기(-38.8%), 석탄·석유제품(-27.3%) 등의 하락률이 높았다. 반면 운송장비(27.7%), 기계·장비(3.0%)의 지수는 상승했다. 4월에는 수출물량지수(116.57)도 1년 전보다 3.2% 떨어졌다. 3월(-2.7%)에 이어 두달 연속 하락세여서 수출이 금액뿐 아니라 물량마저 부진함을 반영했다. 컴퓨터·전자·광학기기(-17.8%)와 섬유·가죽제품(-13.1%)의 물량 감소폭이 컸다. 4월 수입금액지수(145.50)와 수입물량지수(120.22)는 1년 전보다 각 13.5%, 0.9% 낮아졌다. 석탄·석유제품(-40.6%)과 광산품(-24.5%) 등 에너지류의 수입금액 감소가 두드러졌다.
박순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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