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저녁 방송된 ‘대국민 로또 6/45 추첨 공개 방송’.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왼쪽)과 배우 김소연씨가 로또 추첨기 버튼을 누르고 있다. 방송화면 갈무리
“오늘은 김소연씨와 저 이렇게 황금손이 두 명인 만큼 여러분 가정에 두배, 아니 그 이상의 행운이 가득히 전해지길 바랍니다.”
10일 저녁 8시40분께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이 배우 김소연씨와 로또 추첨기의 버튼을 눌렀다. 추첨기 안에서 번호가 적힌 공이 돌기 시작했다. 로또 추첨 버튼을 누르는 사람을 ‘황금손’이라고 부르는데 이날은 최 차관이 맡은 것이다. 최 차관은 복권위원회 위원장이고, 김소연씨는 동행복권(복권수탁사업자) 홍보대사다.
이전에도 복권위원장인 기재부 2차관이 ‘황금손’을 맡은 적이 있었으나 이날은 의미가 달랐다. 지난 3월 로또 무더기 당첨으로 ‘조작 논란’이 벌어진 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마련된 ‘대국민 로또 6/45 추첨 공개 방송’이기 때문이다.
10일 저녁 방송된 ‘대국민 로또 6/45 추첨 공개 방송’에 참여한 시민 150명. 방송화면 갈무리
이날 로또 추첨 방송은 시민 150명의 참관 속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평소에도 15명의 시민과 서울 마포경찰서 경찰관의 참관 속에 진행됐지만 이날 방송은 로또 추첨 조작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일반 국민이 보는 데서 추첨한다는 취지로 열렸다.
앞서 생방송 방청 경쟁은 뜨거웠다. 이날 방청한 시민들은 11.4대 1의 경쟁률을 뚫었다. 추첨 방송을 맡는 <문화방송>(MBC)은 지난달 16~26일 방청 신청을 받았는데 1704명이 신청했다. 지난 6개월간 로또·연금방송 방청 경험이 없는 19살 이상 일반인 대상으로 신청을 받았고, 무작위 추첨을 통해 150명이 선정됐다.
로또 추첨기가 작동하고 있다. 방송화면 갈무리
지난 3월4일 추첨한 로또 1057회차에서는 2등 당첨이 664건이 무더기로 쏟아졌고, 이 가운데 103건이 모두 서울 동대문구의 한 판매점에서 나와 ‘조작 논란’이 일었다. 당시 복권위원회는 “2등 당첨 664장 가운데 609장은 특정 번호를 수동으로 선택한 것으로, 개개인이 선호하는 번호 조합이 우연히 뽑힌 결과”라고 밝혔다. 또 “마감과 동시에 확정된 4개 시스템의 복권정보, 판매마감보고서 및 20:30에 추첨된 당첨정보를 확인하는 추첨보고서까지 조작해야 되는 것으로
이는 현실 세계에서 발생 불가능한 일이다”고 강하게 조작 의혹에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로또 추첨기 비너스 제작사인 프랑스 아카니스 테크놀로지 대표. 방송화면 갈무리
복권위원회와 동행복권은 이날 로또 추첨에 대한 각종 의혹을 불식시키려 안간힘을 썼다. 로또 추첨기를 창고에서 꺼내 스튜디오에 설치하고 테스트하는 과정을 방청 온 시민들에게 공개하며 추첨 방송 전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덕기 동행복권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1057회차 2등 당첨 664건이 나온 것을 살펴보면 자동 기입이 8%, 수동 기입이 92%다. 통상 자동 기입이 70%, 수동 기입이 30%를 기록하는데 대부분 번호를 수동으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대규모로 당첨된 사례는 해외도 있다”고 무더기 당첨 의혹에 거듭 선을 그었다.
유종원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로또 추첨 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방송화면 갈무리
추첨 방송에서도 로또 추첨기 비너스 제작사인 프랑스 아카니스 테크놀로지 대표가 영상으로 나와 추첨기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강조했다.
또 로또 추첨공이 자성에 반응해 조작이 일어난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공에 내장돼 볼 번호를 인식하는 무선인식태그(RFID)가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유종원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작은 칩을 끌어당기려면 특정 볼만 끌어당기는 게 아니라 나머지 볼들도 다 끌어당긴다. 볼이 움직이는 운동에너지가 워낙 크기 때문에 당기려면 더 큰 자석이 필요하다. 특정 볼만 당긴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유종원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로또 추첨 공에 내장된 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방송화면 갈무리
복권위원회는 기재부 산하 위원회로 복권사업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맡는다. 최 차관은 추첨기 버튼을 누르기 전에 “복권 추첨의 공정성, 투명성을 더 많은 국민 여러분께 알려드리기 위해서 특별히 일반 참관인 150여분을 모시고 다양한 행사 진행했다. 무엇보다 복권추첨이 조작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참관인 여러분에게 알려드릴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추첨 전 과정을 철저하게 관리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1등 당첨자는 5명으로 각각 51억8397만9750원을 받는다. 2등은 83명으로 각각 5204만7990원을 받는다.
로또 1등 당첨자 수는 지난 1063회 7명을 기록한 뒤 1070회까지 7차례 13~19명 사이였는데 1071회에서 다시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1, 2, 11, 21, 30, 35’가 로또 1등 당첨 번호로 결정됐다. 방송화면 갈무리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