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4월 6일(현지시각) 조지아주 달튼에 위치한 한화솔루션 태양광 모듈 공장을 둘러보며 현장 근무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제공
2010년 이후 국내 대기업의 해외직접투자가 급증하면서 지난 1~4월에만 직접투자소득(주로 해외 배당금) 수지가 114억달러 흑자를 냈다. 국내 본사가 해외 자회사법인으로부터 받는 대규모 이익배당금이 경상수지와 원화가치 방어를 이끄는 새로운 흐름이 우리 경제에 나타나고 있다.
우리 기업이 경영참여 목적 등으로 해외에 공장을 신·증설하는 해외직접투자(주식·채권·파생상품투자 제외) 규모(연간)는 2000년 63억달러, 2005년 99억달러, 2010년 348억달러, 2015년 402억달러, 2021년 1105억달러에 이른다. 대략 2010년부터 급증세다. 13일 한국은행 국제수지통계를 보면 국제수지를 구성하는 여러 항목 중에 이런 해외직접투자로 벌어들이는 소득수지(수입-지급)는 올해 1~4월 114억8백만달러(흑자)에 이른다. 1~4월로 보면 지난해(-7800만달러)와 2021년(-3억달러)에는 적자를 냈었다. 2010년 이후 해마다 수십억불씩 흑자 혹은 적자를 번갈아내더니 2021년(104억달러 흑자)부터는 흑자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연간 흑자액은 117억달러다.
이 흑자를 이끄는 요인은 ‘직접투자일반배당수입’이다.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순수 배당금인데, 올해 1~4월 153억5900만달러에 이른다. 같은 기간으로 보면 지난해(29억1800만달러)와 2021년(21억1200만달러)에 견줘 각각 5.3배 및 7.3배 급증했다. 최근 매년 1분기의 직접투자일반배당수입액은 2020년 10억달러, 2021년 14억3천만달러, 2022년 16억달러에서 올해는 102억8천만달러에 이른다. 4월 한달에만 50억7500만달러가 국내로 유입됐다. 외국 및 국내에서의 법인세 이중과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목적으로 해외 자회사법인한테서 받는 배당소득에 대해 95%까지 법인세에서 ‘익금불산입’하는 제도를 올해 1월부터 시행한 영향이 크다.
지난 12일 현대차그룹이 미국·유럽 등지 해외법인이 갖고 있는 내부 유보금 59억달러(약 7조8000억원)를 올해 안에 국내로 들여오겠다고 밝힌 가운데, 다른 대기업들은 해외법인으로부터 들여오는 내부유보 잉여금과 배당금 규모를 올해 초부터 이미 크게 늘리고 있다. 각 회사의 지난 1분기 사업보고서의 별도재무제표 현금흐름표를 보면 삼성전자의 1분기 배당금수입은 8조1192억원으로, 2022년 1분기(6억7천만원) 및 2021년 1분기(1조277억원)에 비해 크게 늘렸다. 지난 1월에만 삼성전자 해외법인이 48억달러(약 6조3000억원)를 국내 본사에 배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엘지(LG)화학도 1분기 배당금 수익이 1018억9천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151억8천만원)에 비해 대폭 증가했는데 대부분 중국 현지에 있는 두 곳 법인에서 받은 것이다. 엘지(LG)전자의 1분기 배당금수취액(6453억원)도 지난해 1분기(1840억원)에 견줘 크게 늘었는데 인도·러시아·태국 등 3개 현지법인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국내 본사로 배당금이 들어오는 거래건수는 한해 350~390건으로, 국내 기업들이 해외자회사로부터 받은 총수입배당금은 2019년 4조2천억원, 2020년 9조원, 2021년 3조8천억원이다. 올해는 삼성전자 한곳에서만 1분기에 벌써 8조원이 들어온 셈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우리 해외투자법인이 내부 유보로 갖고 있는 소득은 2021년 기준 총 902억달러(누적)로 추산된다. 이 중에 국내로 들여오는 이익배당수입이 급증하면서 해외자회사의 내부 유보 잉여금은 감소하는 중이다. 국제수지표상의 ‘재투자수익수입’이 그것인데 올해 1~4월에 13억달러로, 같은 기간으로 보면 2022년(48억달러)과 2021년(41억달러)에 견줘 크게 감소했다.
한은은 이런 해외배당금이 포함되는 본원소득수지 흑자 규모를 올해 연간 330억달러(지난해 229억달러)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행 쪽은 “우리 기업의 해외직접투자 규모가 갈수록 확대되면서 해외 자회사에 쌓아놓은 유보금이 최근 대규모로 들어오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쪽은 “해외에서 들어오는 달러 배당금이 늘어나 환율에서 원화 가치도 안정시키는 효과도 있고,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경상수지 여건이 좋지 않은 요즘 해외배당금 유입액이 수지를 방어해주는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