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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탈탄소 바람 탔지만…4배 비싼 바이오항공유 ‘접점찾기’ 숙제

등록 2023-06-14 11:00수정 2023-06-15 02:42

유럽연합 사용 의무화…“전기차 혜택 주듯 인센티브 필요”
프랑스 파리의 샤를 드골 공항에 항공기들이 대기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25년부터 유럽 출발 항공기에 지속가능 항공유 사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프랑스 파리의 샤를 드골 공항에 항공기들이 대기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25년부터 유럽 출발 항공기에 지속가능 항공유 사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기후 친화적인 바이오 연료는) 절대 제트유(항공유)의 가격에 이르지 못할 겁니다.”

지난 5월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칼훈은 이렇게 단언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의 발언을 두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항공업계 전략에 찬물을 끼얹었다”면서도 “탄소 중립과 관련된 어려움, 비용에 대해 우려가 반영돼 있다”고 평가했다.

■ 항공업계에도 부는 탄소 중립 바람…그 중심에 SAF

‘지속가능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는 석유나 석탄이 아닌 친환경 원료로 생산된 항공유다. 등유를 기반으로 한 항공유에 비해 최대 80%까지 탄소 배출량이 적다. 옥수수나 사탕수수, 폐식용유, 동물성 지방 등을 활용한 바이오항공유나 생활폐기물을 활용한 합성원유 등도 지속가능항공유에 포함된다.

항공기는 큰 동체와 장거리 수송용이라는 특징이 있다. 다른 운송수단에 견줘 에너지밀도가 높은 동력원이 필요하단 얘기다. 차량이나 선박에 들어가는 배터리나 수소 에너지를 쓸 수 없는 까닭이다. 비행기는 다른 운송수단보다 훨씬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함에도 이런 탓에 그간 항공 영역은 전방위적인 ‘탈탄소’ 바람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이젠 항공 분야도 탄소중립의 무대에 서서히 오르고 있다. 신호탄은 유럽연합(EU)이 쐈다. 지난 4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유럽 내 공항에서 급유하는 항공기는 2025년부터 전체 연료의 2%는 적어도 지속가능항공유로 대체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무 사용 비율은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로 점차 높아진다. 유럽에서 돈을 벌려는 항공사들로선 지속가능항공유를 외면하기 어렵게 된 셈이다. 미국도 서서히 시동을 걸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올해부터 내년까지 자국 내 바이오매스를 활용해 생산·판매된 지속가능항공유에 한해 1갤런(약 3.78ℓ) 당 1.25~1.75달러 규모의 세액 공제 혜택을 부여한다.

정두엽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공학박사)은 “그간 항공·정유업계는 굳이 가격이 비싼 지속가능항공유를 생산·사용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각국에서 도입·강화하는 탄소 중립 정책을 따르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지속가능항공유 생산 공정 구현에 기술적 장벽이 높지는 않다. 원료를 안정적으로 구할 수 있는지, 시험 비행을 통해 트랙레코드(실증실적)를 확보했는지 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결국은 비용…업계·소비자·정부 황금률 찾아야

국내 정유업계(생산자)-항공업계(사용자)도 일단 지속가능항공유 생산·활용에 발을 들이긴 했다. 다만 그 걸음에 속도가 붙지 않는다. 기존 항공유보다 2~5배 비싼 가격이 걸림돌이다. 에너지 정보지 아거스(Argus)에서 고시한 바이오항공유 가격은 이달 1~12일 싱가포르 선적 기준 1톤당 2659.78달러이지만, 기존 항공유의 가격 지표인 싱가포르(MOPS) 항공유 가격은 1톤당 710달러 수준이다. 약 4배 차이다. 높은 가격으로 당장의 시장성이 불확실하다보니 장기적인 수요가 확보되기 전까지는 국내 업체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친환경이 중요해도 경제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장화되지 않는다”며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어떻게 갈 것인지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탈탄소에 따른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 시장을 선도하는 유럽에서는 지속가능항공유 도입이 항공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등 이미 친환경 전환에 따른 비용 부담이 논의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지속가능항공유 사용이 확대되면서 국제 항공요금이 향후 10~15년 동안 지속해서 상승할 것이라 예측했다는 보도(영국 <가디언>)도 있다.

이런 어려움을 풀기 위해 정부가 나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속가능항공유 도입과 확산에 따른 비용을 업계·소비자 뿐만 아니라 정부도 나눠 져야 한다는 뜻이다. 일단 산업통상자원부는 현행법상 바이오항공유를 친환경바이오에 포함하고 석유정제업자가 친환경 대체원료도 정제할 수 있게 하는 등 2026년 상용화를 목표로 제도 정비에 나선 상태다.

김재훈 성균관대 교수(기계공학부)는 “전기차 살 때 정부가 일부 지원하듯 관련 업계가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만한 인센티브 정책이 도입돼야 한다”며 “소비자·사용자·생산자 중 누구에게 얼마의 인센티브를 줄지 장기간 논의로 컨센서스를 만들어나갈 때”라고 말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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