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 참석해 2022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지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첫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한국전력공사가 두번째로 낮은 등급인 '미흡'(D)을 받는 등 에너지 공기업들의 평가 등급이 줄줄이 하향 조정됐다. 이번 정부 들어 100점 만점의 평가에서 재무성과 관리의 배점 비중을 10점에서 20점으로 늘린 가운데, 지난해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과 요금 인상 속도 조절로 에너지 공기업의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진 결과다. 평가 등급이 특히 낮은 5개 기관에는 기관장 해임 건의, 12개 기관엔 기관장 경고 조처가 이뤄져 대대적인 기관장 ‘물갈이’가 예상된다.
16일 기획재정부 소속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가 심의·의결한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를 보면, 평가 대상 130개 기관(공기업 36개, 준정부기관 94개) 가운데 19개 기관이 우수(A) 등급을 받았고, 48개 기관이 양호(B), 45개 기관이 보통(C), 14개 기관이 미흡(D), 4개 기관이 아주미흡(E) 등급을 받았다. 가장 높은 탁월(S) 등급을 받은 기관은 없었다.
특히 한전이 시(C·2021년)에서 디(D)로 떨어졌고, 5개 발전자회사 중에 서부발전을 제외한 나머지 4개 기관이 2021년 등급에 견줘 1∼2개 등급이 떨어져 양호(B)∼보통(C)을 받는 등 에너지공기업 평가 결과가 나빠졌다. 전세사기와 역전세 등으로 보증보험 대위 변제액이 크게 늘어 지난해 13년만에 적자 전환한 주택도시보증공사(허그)도 미흡(D) 등급을 받아 한 계단 내려앉았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는 잇따른 안전 사고 책임을 물어 2년 연속 아주미흡(E) 등급이 매겨졌다.
공운위는 통상 종합평가 결과가 아주미흡(E)하거나 2년 연속 미흡(D)한 기관에는 기관장 해임을 건의한다. 이번에는 이런 기관이 예년보다 많은 9개 기관으로, 코레일처럼 이미 기관장이 해임됐거나 현 기관장 재임 기간이 짧은 4곳을 제외한 5곳에 해임 건의가 이뤄졌다. 5개 기관은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 한국건강증진개발원,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한국소방산업기술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다. 이밖에 재무위험이 높은 15개 기관들엔 임원과 1∼2급 직원 성과급 삭감 또는 자율반납 권고가 결정됐다. 한전처럼 디(D) 등급 이하 기관엔 아예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과거의 온정주의 관행에서 벗어나서 엄격하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번 평가에 앞서 지난해 10월 기재부는 평가지표에서 재무성과 배점을 늘리고, 사회적 책임 배점은 25점에서 15점으로 줄인 바 있다.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을 중요하게 따졌다면, 이번 정부는 수익성과 효율화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가 경영 실적을 가르는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을 결정하면서, 각 기관에 재무 악화 책임을 묻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공공요금이 충분히 현실화되지 않은 측면도 있지만, 기관들의 뼈를 깎는 경영개선 노력도 부족했다” 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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