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은 엘지(LG)이노텍 책임 과기정통부 제공
여성 엔지니어를 찾아보기 어려운 보안·용접·반도체 분야에서 15년 이상 묵묵히 연구개발에 매진해온 40대 여성 연구원들이 ‘대한민국 엔지니어상’을 받게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대한민국 엔지니어상 여성부문 상반기 수상자로 김숙현(42) 안랩 수석연구원, 정은영(40) 삼성중공업 프로, 한정은(42) 엘지(LG)이노텍 책임을 선정했다고 19일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이공계 여성 연구개발자가 탄생하고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여성 엔지니어를 육성하기 위해 해마다 상·하반기에 각각 3명씩, 총 6명에게 이 상을 수여하고 있다.
이번 수상자들은 모두 40대 초반 여성 연구원으로, 남성 연구원 중심의 보안(소프트웨어 개발)·용접(조선)·반도체(소재) 분야에서 15년 넘게 연구개발 길을 걸어왔다. 김숙현 안랩 수석연구원은 19년째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해왔다. 안랩 대표 보안상품 ‘브이쓰리(V3)’가 리눅스 운영체제에서도 운영될 수 있도록 개발을 주도했고, 요즘은 클라우드 사이버 보안 분석과 대응에 관해 연구 중이다.
정은영 삼성중공업 프로는 조선소 선박 건조 현장에서 15년 이상 일해 온 용접 엔지니어다. 지난 15년 동안 세계 최대 부유식 원유생산저장설비(FPSO) 같은 해양 구조물과 선박 프로젝트에 용접 엔지니어로 참여했다. 국내 최초로 용접재료를 개발하는 등 수많은 용접 시공법과 재료 등의 개발을 주도했다. 지금은 실제 현장에서 고질적으로 발생하는 용접 균열 발생에 대한 상세 메커니즘을 밝히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한정은 엘지이노텍 책임연구원은 2006년 입사해 16년 동안 소재 개발에 매진해왔다. 2018년부터는 반도체 기판용 소재 개발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갈수록 얇아지는 모바일 기기에 맞춰 신호 손실량을 최소화하면서도 디자인 설계에 영향을 적게 미치는 얇은 기판 개발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기존 대비 20%나 두께가 감소된 것으로, 엘지이노텍이 반도체 패키지(RF-SiP) 부문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성이 대학에서 공학계열 전공을 선택하고 관련 분야 취업에 성공한 뒤 15년 이상 경력을 쌓아 연구 책임자로 성장하기란 쉽지 않은 길이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의 여성과학기술인력 활용실태 조사를 보면, 전국 대학의 공학계열 재학생 중 여성 비율은 2012년 18%에서 2021년 23.4%로 소폭 상승했을 뿐이다. 2021년 기준 과학기술연구개발기관 여성 관리자 비율은 12.4%, 10억 이상 대형 연구과제 책임자 중 여성 비율은 9.1%에 그친다.
수상자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연구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숙현 수석은 “빠르게 변화하는 정보기술(IT) 환경에 따라 고도화하는 사이버 위협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영 프로는 “다양한 용접 재료와 공법 개발을 통해 우리나라 조선업의 용접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더욱 굳건히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정은 책임은 “차세대 기판 소재 개발로 산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한 것 같아 자랑스럽고 앞으로도 개발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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