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 등 주요 공기업에 ‘윤석열 대선캠프’ 출신 인사들이 줄줄이 사장으로 취임했다. 현재 사장 자리가 공석 또는 임기 만료 상태이거나, 올해 안에 임기가 끝나는 공공기관장 자리는 약 70곳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문성과 거리가 먼 정치권발 ‘낙하산’ 기관장 인사가 이어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19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 이학재 전 국회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에는 유병태 전 코람코자산신탁 이사,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에는 윤석대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취임했다. 이들 임기는 2026년 6월까지 3년이다. 앞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김경욱 사장이 지난 4월 사퇴한 뒤 1개월 넘게 수장 자리가 공석이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지난해 10월 권형택 사장 사퇴 뒤 8개월째 공석이었고,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11월 박재현 사장의 사의 표명 뒤 줄곧 사실상 공석이었다.
같은 날 3명의 신임 공기업 사장이 취임한 가운데, 이들 중 2명은 ‘윤석열 캠프’를 거친 정치권 인사다. 이학재 사장은 민선 3·4기 인천 서구청장과 18~20대 국회의원(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바른미래당·미래통합당)을 지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에는 캠프에서 정무특보로 일했다. 윤석대 사장도 여권 인사로 분류된다.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지냈으며, 바른미래당 대전시당 위원장과 새로운보수당 사무총장으로도 활동했다. 윤석열 캠프에서도 비서실 정책위원이었다.
유병태 주택도시보증공사 신임 사장은 윤석열 캠프 출신은 아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끈끈한 학맥을 갖고 있다. 유 사장은 원 장관과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다. 주요 이력은 부동산 정책과 거리가 멀다. 2009~2018년 케이비(KB)부동산신탁 이사, 2019년부터 코람코자산신탁 이사를 지내는 동안 준법감시 업무를 맡았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공공기관 낙하산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전문성을 찾기 어려운 정치권 출신 낙하산 기관장 인사가 이어졌다. 지난 2월 함진규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도로공사 사장으로 취임했으며 지난해 11월엔 정용기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을, 같은 해 12월에는 최연혜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한국가스공사 사장 자리를 꿰찼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은 공기업 사장은 각 기관의 사장 후보 공모 뒤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 추천된 인사에 대한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의결, 주무기관 장관의 제청, 대통령 임명을 거치게끔 돼 있다. 최대한 정치권의 입김을 줄이고 전문성 있는 인사가 공기업을 이끌도록 하기 위한 조처다. 하지만 실제로는 애초 유력 내정자가 있고 ‘무늬만 공모’를 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주요 인사들에 대한 ‘공천 교통정리’가 이루어지면서 정치권발 공공기관장 낙하산 인사도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장 차기 사장 공모를 앞둔 한국전력 사장직을 두고도, 윤석열 대선 후보 특별고문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김동철 전 의원과 새누리당 20대 국회의원이자 여의도연구원장 출신인 김종석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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