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20일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코로나19 영업시간 제한, 자영업자 손실보상 보완·피해지원 촉구’ 기자회견. 연합뉴스
국내 상장 및 외부감사 대상법인 총 5700여개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기간(2020~2021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2009~2010년)의 충격을 실질매출액 기준으로 실증 비교분석해본 결과 총 15개 산업 중 대다수 산업에서 팬데믹 위기보다 금융위기 때 기업 경영활동이 더 큰 폭으로 위축되고 침체가 더 오래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중소기업 및 자영업종은 분석대상에서 빠져 있는터라 이 결과를 지난 두 번의 경제위기 때 우리나라 전체 실물경제부문에 가해진 충격의 크기와 여파로 해석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다.
22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코로나19 위기와 기업경쟁구도 변화’ 연구보고서는 주식시장에 상장된 비금융기업(자산총액 120억원 이상 비상장 외부감사대상법인 포함) 5755개(제조업 3277개, 서비스업 2205개 등)의 코로나 및 글로벌 금융위기 때 분기별 실질매출액(물가변동 조정) 증감율, 그리고 위기 직전(2019년 및 2008년) 대비 팬데믹 및 금융위기 당시 2년간의 실질매출액 편차의 변동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코로나가 발발한 2020년 전체 기업의 실질매출액 증감율(분기 평균)은 전년동기대비 평균 -4.28%로,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직후인 2009년(-20.08%)보다 훨씬 완만한 감소세를 보였다.
15개 산업별로 보면, 2008년에는 광업과 농림어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산업에서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감소한 반면, 2020년에는 광업, 부동산·임대업,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에서 상당한 매출 증가가 있었고 교육서비스업, 예술·스포츠·여가서비스업, 농림어업을 제외한 12개 산업에서 매출 감소폭이 금융위기 때보다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좀더 상세하게 2009년과 2020년의 전년동기대비 매출증가율을 보면, 제조업(3277개 기업)은 각각 -11.10% 및 -2.26%였고, 전기·가스·수도사업(41개)은 -30.43% 및 -6.27%, 건설업(194개)은 -16.70% 및 -14.01%, 도·소매업(496개)은 -17.31% 및 -10.75%, 운수업(61개)은 -30.10% 및 -17.17%였다. 즉 매출 감소폭이 금융위기 때에 견줘 코로나 기간에 훨씬 작았다.
숙박·음식점업(21개, -85.35% 및 -10.35%), 출판·영상·방송통신·정보서비스업(1053개, -24.25% 및 +0.55%)에서도 마찬가지였고, 특히 부동산·임대업(70개)은 2009년 매출증가율이 -87.74%였으나 2020년에는 감염병 대응 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면서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54.98% 대폭 증가했다.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347개, -76.23% 및 +20.21%)과 사업시설관리·지원서비스업(72개, -21.32% 및 -9.75%)도 매출 증감폭이 금융위기 때에 견줘 코로나 기간에 훨씬 작았다.
이어, 두 번의 경제위기 2년차 시기로 더 넓혀 2021년과 2010년의 분기별 평균 실질매출액을 각각 위기 직전인 2019년과 2008년의 평균 실질매출액과 대비해 그 증감폭 비율(편차율)을 살펴본 결과 역시 팬데믹 때의 기업경영 성과가 금융위기 때보다 더 양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기업에서 2019년 분기 평균 실질매출액 대비 2021년 분기 평균 실질매출액의 편차율은 +5.70%로, 2008년 대비 2010년의 편차율(-7.70%)보다 훨씬 양호했다.
2021년 및 2010년의 이 편차율을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각각 +10.56% 및 +3.80%),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2.67% 및 -82.50%), 숙박·음식점업(+0.16% 및 -79.83%), 부동산임대업(+88.04% 및 -96.17%), 도·소매업(-0.51% 및 -2.83%), 건설업(-10.31% 및 -18.44%), 출판·영상·방송통신·정보서비스업(+4.90% 및 -10.81%), 교육서비스업(+11.39% 및 -2.79%)에서 모두 2021년 팬데믹 기간의 매출액 증감폭이 2010년 금융위기 때보다 양호했다. 특히 부동산·임대업은 팬데믹 위기에서는 승자 산업이었던 반면, 금융위기 때는 숙박·음식점업과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과 함께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산업으로 드러났다. 다만 예술·스포츠·여가서비스업(각각 2021년 -62.75% 및 2010년 +7.33%)과 운수업(-1.26% 및 +3.66%)에서는 팬데믹 기간의 매출 충격이 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경제 전체의 국내총생산 성장률 지표로는 금융위기 때(2009년 +0.8%)보다 코로나 위기 때(2020년 -0.7%)가 더 경제충격이 더 컸는데 이번 분석에서는 그와 정반대의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과거 경제위기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민간부문의 위기 대응 체계와 정책이 중·대규모 상장기업을 중심으로 잘 갖춰졌기 때문일 수 있다. 적어도 상장기업에서는 팬데믹 확산의 실물부문 충격 여파가 금융위기 때보다는 덜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윤상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팀장은 “이 결과는 다만 우리나라 전체 생산부문 기업을 포괄한 것이 아니라 재무성과 데이터가 존재하고 기업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상장기업 및 외감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것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및 자영업종은 분석대상에서 빠져 있는터라 두 번의 경제위기 때의 거시 국내총생산 지표와는 사뭇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