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빵이 진열되어 있다. 연합뉴스.
6월 물가상승률이 21개월만에 2%대로 내려왔다.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 등의 원인으로 지난해 6.3%까지 치솟았던 물가상승률이 서서히 둔화하는 모양새다. 다만, 이달 물가상승률 하락은 지난해 급등한 석유류 가격이 이달 하락한 기저효과에 따른 것으로 하반기 물가상승률은 지금 수준에서 유지되거나 다시 3%대로 올라설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2023년 6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지수는 111.12(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2.7% 올랐다. 물가 오름폭이 2%대로 축소된 건 2021년 9월(2.4%) 이후 21개월만이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3월 4.1%로 올라선 뒤 같은 해 7월 6.3%으로 정점을 찍었다. 올해들어 1월 5.2%, 4월 3.7%로 오름폭이 둔화하는 흐름을 보였다.
물가상승률을 끌어내린 데 가장 크게 기여한 품목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류 제품이다. 석유류 가격은 25.4%로 크게 하락했다. 1985년 1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휘발유, 경유 가격이 각각 23.8%, 32.5% 하락했다. 석유류의 전체 물가 기여도는 마이너스 1.47%포인트였다. 석유류가 물가상승률을 1.5%포인트가량 떨어뜨렸다는 의미다.
이는 석유류 가격이 평소보다 크게 하락했기보다는 지난해 급등한 가격이 제자리를 찾은 ‘기저효과’로 해석할 수 있다. 석유류 물가지수는 2021년 9월(118.97·2020년=100)까지 110을 유지하다가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지난해 6월 158.36으로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 6월 석유류 가격은 전년동월 대비 증가율은 36.9%에 달했다. 당시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084원, 경유는 2089원에 이른 바 있다.
서비스물가도 오름폭이 5월 3.7%에서 3.3%로 내렸다. 외식을 포함한 개인서비스 가격이 6.3%로 오름세를 보였지만 집세(0.5%), 공공서비스(1.0%)가 서비스물가를 끌어내렸다. 서비스물가는 전체 물가지수를 구성 품목 중에서 가중치(533.4, 전체품목 가중치 합계는 1000)가 가장 크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석유류 가격하락과 서비스물가가 둔화하면서 2%대 상승률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물가가 1년 9개월 만에 다시 2%대로 내려오면서 관심은 향후 물가 방향에 모아진다. 전문가들은 물가상승률이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3%대로 다시 오를 것으로 봤다. 한국은행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물가 상승률은 이번 달(7월)까지 둔화 흐름을 이어가지만,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이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6월 석유류 가격이 많이 올랐던터라 이번달에 2%대로 하락한 것이고, 지난해 8월에 (석유류 가격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앞으로 하락폭이 축소돼 3%대로 다시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석유류 가격 하락효과를 제외하면 여전히 물가 상승 압력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올해 물가상승률을 2.8%로 예상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정규철 경제전망실장도 “유류세 인하폭이 줄거나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물가상승률이 더 낮아지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영무 엘지(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6월 상승률 하락은 유가 변동의 영향이 사라진 것뿐“이라며 “글로벌 공급난, 금리 상승, 곡물가격 상승 등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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