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전세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2010년 이후 금융권 가계대출이 소득 상위 계층에게 편중된 채로 주택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으며, 이런 고소득층 위주의 가계부채 증가를 방치하면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떨어뜨리고 자산불평등 심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중앙은행의 경고가 나왔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17일 발표한 ‘장기구조적 관점에서 본 가계부채 증가 원인과 영향 및 연착륙 방안’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0년 70%대에서 2022년 말 105%로 높아져 주요 43개국 중 스위스(128.3%)·호주(111.8%)에 이어 세번째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수요 측면의 가계부채 증가 원인으로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화한 저금리 기조 속에서 주택 등 자산투자 목적의 대출 증가가 꼽혔다.
보고서는 빠른 속도로 증가한 가계부채의 구조적 특징으로 고소득층 차주(대출자) 및 가구를 중심으로 대출이 이뤄진 점을 꼽았다. 2022년 말 전체 가계부채 잔액에서 ‘신용활동인구’(약 4740만명) 기준 소득 분위별 분포를 보면, 2022년 전체 개인소득 대비 소득상위 20%의 소득점유율은 37%인데 이들의 가계대출 잔액 점유율은 53%에 이르렀다. 나머지 80% 소득계층과는 달리 소득보다도 더 많은 대출 금융자원을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즉 금융거래가 가능한 인구 10명 가운데 소득 상위 2명이 전체 가계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소득하위 20%의 경우 소득점유율은 7%로, 대출 잔액 점유율(6%)이 1%포인트 더 낮았다. 이경태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가구단위로 살펴보더라도 우리나라 소득 5분위 가구의 대출잔액 점유율은 약 43%로 캐나다(30.5%)나 뉴질랜드(25%) 등 다른 국가와 비해 높은 편이어서 소득 수준에 따른 대출 접근성에 상당한 격차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기일시상환 방식의 대출이 전체 가계대출에서 53.7%를 차지할 만큼 지나치게 비중이 높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대출 뒤 2~5년 동안은 이자만 지급하다가 만기 때 한꺼번에 원금을 상환하는 방식은 경제 상황이나 자산가격 변동에 따라 가계는 물론 전체 금융시스템에 취약성을 키울 수밖에 없다. 한은은 가계부채 누증에 따른 금융 불안을 막으려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예외 범위를 축소하고, 담보인정비율(LTV)이 높거나 만기일시상환 대출에 대해서는 추가 가산금리를 적용해 관련 대출 축소를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의 100%를 웃도는 기간이 길어지면 소비가 위축되고 금융을 통한 자원 배분의 효율성도 떨어져 성장률도 하락한다는 실증연구 사례가 많다”며 “가계부채의 중장기 ‘디레버리징(대출 축소와 대출 상환)’ 목표를 세워 금융건전성 규제와 함께 통화정책 수단까지 결합한 종합적인 정책체계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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