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헬스앤뷰티 업계 시장 점유율 1위인 씨제이올리브영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올리브영 누리집 갈무리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한겨레 h730’을 쳐보세요.
쿠팡이 국내 헬스앤뷰티 업계 1위인 씨제이(CJ)올리브영을 공정거래위원회 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씨제이올리브영이 쿠팡을 경쟁 상대로 여겨 뷰티 시장 진출을 방해하기 위해 중소 뷰티 제조사를 압박해 물건을 납품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등 ‘갑질’을 일삼았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최근 쿠팡이 햇반 등의 납품 단가를 둘러싸고 씨제이제일제당과도 분쟁을 빚고 있는 점을 들어 두 회사 간의 갈등이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쿠팡은 이날 오전 씨제이올리브영이 중소 뷰티 협력사를 대상으로 갑질을 했다며 공정위에 신고서를 냈다. 쿠팡은 “수많은 납품업체가 올리브영의 압박에 못 이겨 쿠팡과의 거래를 포기했다”며 “이러한 이유로 쿠팡은 납품업체들로부터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공급받지 못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보게 돼 신고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쿠팡은 신고서에서 “중소 협력사가 쿠팡에 납품할 경우, 올리브영이 ‘매장을 축소하겠다’고 협박하거나, 인기제품을 ‘쿠팡 납품 금지 품목’으로 지정하는 등의 행위를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납품업체에게 배타적인 거래를 강요하거나 다른 사업자와의 거래를 방해하는 것으로 ‘대규모유통업법 13조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올리브영의 이런 불법 행위 탓에 쿠팡이 화장품 판매 등을 본격 개시한 지난 2019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장 진출에 막대한 지장을 받았다는 것이다.
쿠팡은 올리브영이 이미 비슷한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는 와중에도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점도 강조하고 나섰다. 앞서 지난해 5월부터 공정위는 이미 시장에서 철수한 경쟁업체(랄라블라·롭스) 등 경쟁 핼스앤뷰티 업체에 상품을 공급하지 않도록 납품업체에 독점 거래 등을 강요한 혐의(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로 올리브영을 조사 중이다.
이에 대해 씨제이올리브영 쪽은 <한겨레>에 “중소 뷰티 협력사들에게 쿠팡 입점을 제한한 바 없다”며 “쿠팡 쪽의 일방적 주장일뿐 입증된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정위 신고에 대해 공격적인 뷰티 시장 공략에 나선 쿠팡이 헬스앤뷰티 시장 1위 업체인 올리브영을 견제하고 나선 것으로 분석한다. 헬스앤뷰티 시장 점유율이 70%에 이르는 올리브영은 온라인 비중도 점차 늘어 현재 매출의 30%가 온라인 판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각에서는 쿠팡이 같은 씨제이 계열사인 씨제이제일제당과 지난해 11월부터 햇반·비비고 등 납품 단가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것과 연결해 두 회사 간의 불편한 관계가 더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업계 관계자는 “제일제당은 제조사, 올리브영은 유통채널로 성격은 다르지만 두 회사의 갈등 전선이 확산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씨제이가 신세계 등과 연합해 ‘반 쿠팡 연합’을 꾸리는 등 대응에 나서자 쿠팡 역시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