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위 “DBS 부적격…국민 독과점은 문제없어”
론스타 “돈만 빨리준다면”…공정위 “월권” 불쾌
론스타 “돈만 빨리준다면”…공정위 “월권” 불쾌
외환은행 인수후보 중 하나인 싱가포르개발은행(디비에스·DBS)이 은행 대주주 자격에 문제가 있어 사실상 인수후보에서 탈락했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 인수전은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 등 국내 은행 두 곳의 경쟁으로 압축됐다. 론스타는 자금 여력이 앞서는 국민은행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민은행의 독과점 여부에 대해 어떻게 판단할지가 막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대동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디비에스의 경우 실무적 차원에서 검토한 결과 은행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국장은 “(비금융주력자인) 테마섹(싱가포르국영투자회사)이 디비에스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며 “법 집행을 하는 입장에선 법에 정한 요건에 따라 엄격히 봐야 하는데 실무 차원에서 봤을 때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판정을 받은 테마섹이 디비에스의 경영에 참여하면, 두 회사가 동일인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디비에스도 비금융주력자로 판정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금감위의 설명이다. 테마섹은 디비에스 지분 28%를 갖고 있다. 비금융주력자는 은행법상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 4% 이상을 취득할 수 없게 돼 있다. 금감위 관계자는 “테마섹의 사외이사 2명이 디비에스 이사를 겸하고 있고, 이 중 한명은 디비에스 이사회 의장으로 있다”며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디비에스 쪽은 “인수전 결과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으며, 금감위의 최종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은행 인수전이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의 경쟁으로 압축됐지만, 매각주체인 론스타는 인수대금을 더 빨리 받을 수 있는 국민은행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나의 경우 최대 7조원이 소요되는 인수자금 가운데 3조원은 자체자금, 2조원은 국민연금, 나머지는 다른 기관투자가로부터 조달할 예정이지만, 국민연금 자금은 주식 발행 방식으로 받아야 해 시일이 걸리고 다른 자금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감위 쪽에서도 국민은행을 미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박대동 국장은 이날 국민은행의 독과점 논란에 대해 “공정위가 판단할 것”이라면서도, “공정거래법상 1위 사업자의 점유율이 50% 이상, 상위 3개 사업자가 75% 이상을 점유하는 경우에 독과점으로 보기 때문에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이 외환을 인수해도 시장점유율이 30%대이기 때문에 문제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론스타가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 사이에서 막판 고심을 하고 있는 민감한 시기에 이런 발언이 나온 것도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러나 정작 독과점 판단 주체인 공정위는 발끈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결합에 따른 경쟁제한성을 따지는 일은 엄연히 공정위의 몫이며, 사견이라도 다른 부처 공무원이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공정위는 현재 사전심사 요청이 들어올 가능성에 대비해 외국사례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위가 이날 디비에스를 비금융주력자로 분류해 외환은행 인수에 선을 그은 것은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금융-산업자본(금산) 분리’ 규제 폐지론에도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폐지론자들은 금산 분리가 국내은행 인수전에서 국내 자본이 역차별 당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번 외환은행 인수전에서는 역으로 금산 분리 원칙이 국내자본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현 조성곤 김성재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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