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회사에 ‘재고 조사할 직원 보내라’ 강요한 세계로마트

리베이트에 반품 강요도…과징금 17억8천만원

세계로마트·세계로유통은 납품업자로부터 상품 매입액의 1∼5%의 리베이트를 요구해 11억여원을 수취했다. 클립아트코리아.

납품업자에게 부당 반품·직원 파견·리베이트를 강요한 세계로마트와 세계로유통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17억8400만원을 부과받았다.

3일 공정위 설명을 들어보면, 두 회사는 자사 창고화재가 발생해 파손된 제품이나 판매가 부진한 제품 등의 이유로 직접 매입한 상품을 39억원 어치를 부당하게 반품했다.

납품업자 소속 직원을 파견받아 자신의 사업장에 근무하도록 하고 납품업자의 상품 판매와는 무관한 매장업무인 코로나19 방역, 청소, 고객 응대, 재고조사 등 업무를 요구했다. 주간 매장업무와 야간 재고조사에 납품회사 직원 각각 150명, 364명을 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상품 매입액의 1∼5%를 리베이트를 요구했고, 재고조사 손실분을 명목으로 물품을 무상 제공하도록 강요했다. 두 행위를 통해 총 11억여원을 챙겼다.

이들 행위는 대규모유통업법에서 모두 금지하고 있다. 다만, 공정위는 두 회사가 2019년 1월∼2021년 3월까지 벌인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조사했다. 2019년 전에도 유사한 불법행위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지만, 당시 두 회사는 법을 적용받는 기준인 매출 1천억원을 넘기지 않았던 터라 해당 시기는 제외됐다.

각각 부부가 나눠 운영하는 두 회사는 서울·경기 도심 상권에 9개 대형 슈퍼마켓 지점이 있다. 세계로마트는 방학·장기·정릉·광명소하·야탑점 5개 지점, 세계로유통은 연수·안산역·학익·오남점 4개 지점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를 통해 대형유통업체가 상대적으로 지위가 열악한 납품업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안태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