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봉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이 23일 세종시 국세청에서 불성실 혐의 공익법인 검증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국세청 제공
ㄱ공익법인은 법인 이사장이 소유한 민간 기업으로부터 재산을 기부받아 이사장 소유 기업과 계열사 임직원 자녀에게만 장학금을 지급했다. 공익법인 정관에 수혜자를 차별하지 않는다고 했으나 특정인에게만 혜택을 몰아준 셈이다.
ㄴ공익법인은 법인 돈을 해외에 거주하는 이사장 손녀의 외국 학교 등록금으로 썼다. 공익법인 카드도 해외에 사는 이사장 자녀의 국내 체류 생활비, 항공비 등으로 사용했다. 이사장 배우자와 자녀를 공익법인 직원으로 위장 취업시켜 임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23일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공익법인 113개를 점검해 자금 부당 유출, 공시 의무 위반 등 불성실 혐의가 있는 공익법인 77개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위반 금액은 473억원, 증여세 탈루액은 26억원이다.
지난해 공익법인 관리 업무를 넘겨받은 국세청이 개별 법인 검증에 나선 건 처음이다. 이번에 적발된 공익법인의 상당수는 의료·장학재단이며 대기업 관련 공익법인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익법인은 공익사업을 위한 비영리법인인 까닭에 기부금 등을 받아도 증여세를 면제받는다. 그러나 적지 않은 법인들이 출연받은 재산을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부당 유출하는 등 주먹구구로 운영하다 덜미를 잡혔다.
ㄷ공익법인은 출연받은 체육시설을 법인 이사장의 자녀가 지분을 보유한 법인에 시세보다 훨씬 싸게 임대해 이익을 몰아줬다. 이 법인은 이사장 일가가 출자한 회사에 법인 소유의 건물 관리를 맡겨 관리 수수료를 과다하게 지급한 혐의도 있었다. 이사장 일가는 건물 관리 회사가 벌어들인 돈으로 높은 급여를 받으며 수입차를 사고 골프장·호텔 등을 이용했다.
ㄹ공익법인은 특정 기업 사주 일가로부터 땅을 출연받고 이 땅에 사주 일가를 위한 사적 시설을 지어 공짜로 쓰게 했다. 또 사주 일가가 이용하는 시설 건축비를 공익법인 자금으로 지출하기도 했다.
최재봉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은 “적발된 공익법인 중 일부는 세무조사를 의뢰할 수 있고 범칙조사로 전환되면 형사 처벌도 받을 수 있다”며 “기부금 사적 유용, 자금 불법 유출 등 위반 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국세청은 이번에 적발한 77곳 외에 자금 사적 유용, 회계 부정, 부당 내부 거래 등의 혐의가 있는 공익법인 39개를 대상으로 추가 검증을 할 계획이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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