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이 출시한 수집형 애니메이션 역할수행게임(RPG) ‘신의 탑: 새로운 세계’를 개발한 정언산 넷마블엔투 PD는 웹툰 <신의 탑>의 팬이기도 하다. 넷마블 제공
빅테크 업계에서 인기몰이를 한 각종 캐릭터나 원작 작품 등 아이피(IP·지식재산권)의 힘이 도드라지고 있다. 특히 카카오, 네이버 등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10년 넘게 키워온 아이피들이 팬덤(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현상)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게임, 유튜브 채널 등으로 분화하면서 ‘원소스 멀티유즈’(하나의 제품이나 콘텐츠가 다양한 용도로 재가공돼 활용되는 것)의 신화가 쌓이고 있다.
웹툰 ‘신의 탑’이 그 주인공 중 하나다. 2010년 ‘네이버 웹툰’에 연재를 시작해 누적조회수 62억회를 돌파한 인기 작품으로, 지난달 26일 게임으로 출시됐다. 넷마블이 출시한 수집형 애니메이션 역할수행게임(RPG) ‘신의 탑: 새로운 세계’는 출시 하루만에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매출·인기 순위 1위에 올라섰다.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신작 효과가 4분기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라는 말했다. 초반 흥행돌풍이 이어져 올 하반기 넷마블 실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원래부터 웹툰 ‘신의 탑’의 팬이었다”는 정언산 넷마블엔투 피디(PD)는 게임을 제작하며 “원작에 누가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한겨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밝혔다. 자신의 전부였던 소녀를 찾기 위해 미지의 세계인 ‘탑’을 오르는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신의 탑’을 게임으로 만들며 “게임을 하는 것만으로도 웹툰을 정주행하는 느낌”이 들도록 구성했다고 한다.
2012년에 태어나 열살을 훌쩍 넘긴 카카오프렌즈의 대표 캐릭터 ‘어피치’는 23일 유튜브에 단독 채널을 열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각종 캐릭터 상품 등으로 인기 높은 어피치는 2021년부터 카카오프렌즈의 유튜브, 틱톡 등 공식 채널을 통해 디저트 먹방 등을 선보였다. ‘피치파이브’라는 제목을 단 어피치 영상은 22일 현재 누적조회수 6억2천만회를 돌파했고 이에 카카오가 어피치 단독 채널을 개설한 것이다.
카카오프렌즈의 대표 캐릭터 ‘어피치’는 23일 유튜브에 단독 채널을 개설했다고 밝혔다. 카카오 제공
또다른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인 ‘라이언’과 ‘춘식이’ 활용도 활발하다. 아이돌 기획사와 협업해 ‘라춘댄스’ 콘텐츠를 개발해 오프라인 쇼를 하는가 하면 지난 4월에는 카카오티브이(TV)를 통해 단편 애니메이션 ‘도도도 춘식이’도 공개했다. 카카오는 최근 대표 아이피를 기반으로 서울모빌리티쇼 기아 전시관, 롯데호델 객실 등의 공간 조성 협업도 진행했다.
온라인 플랫폼을 타고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아이피의 인기는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카카오는 ‘피치파이브’의 시청 국가를 분석한 결과 미국, 일본, 인도네시아, 베트남, 브라질 등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고 귀띔했다. 국외 창작자들이 어피치를 따라하는 ‘밈’(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콘텐츠)도 확산됐다. 게임 <신의 탑: 새로운 세계> 역시 대만, 태국, 인도네이사, 일본, 말레이시아, 홍콩 등에서 앱스토어 인기 순위 상위권에 들었다.
지난해 10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콘텐츠 아이피 확장 유형별 특성과 한계’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다양한 장르로 확장 가능한 ‘원천 아이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며 “과거에는 이용자의 유입이 개별 미디어를 통해 이루어졌다면 현재는 아이피에 따라 이동하는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최선 카카오 아이피(IP)브랜드팀장은 “잘 키운 아이피(IP) 하나가 다양한 협업의 기회를 만든다”며 “인기 캐릭터를 기반으로 그만의 스토리, 세계관을 구축해 팬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