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이 갑자기 문자로 보내온 “계좌 조회 요청이 있었다”는 통보는 국세청의 금융거래내역 ‘일괄조회’일 가능성이 있으며, 본인도 모르게 국세청이 들여다본 금융거래내역이 지난해 3953건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동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청이 실시한 ‘일괄조회’ 건수는 총 3953건으로 2017년(1514건)에 비해 1.5배가량 급증했다. 반면, ‘개별조회’ 건수는 2017년 5661건에서 지난해 5582건으로 다소 감소했다.
국세청이 금융재산을 조회하는 방법은 개별조회와 일괄조회 두 가지로, 일괄조회는 납세대상자가 이용하는 모든 금융회사(은행·증권·보험 등)의 금융거래내역을 대상자의 동의 없이 확인할 수 있는 제도이다. 보통 신고기간이 지나도 상속세·증여세를 물릴 수 있는 부과제척기간(10년)을 기준으로 금융거래내역을 확인한다. 반면, 개별조회는 범죄 혐의 등 특수한 상황에 놓인 납세자를 대상으로 금융사의 특정 시기 거래내역만 조회한다.
일괄조회 건수는 2017년 1514건, 2018년 2509건, 2019년 2755건, 2020년 2771건, 2021년 3301건, 2022년 3953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일괄조회 급증과는 사뭇 다르게 상속·증여세 추징액은 오히려 감소했다. 일괄조회 건수가 전년에 비해 20% 증가했던 2022년 상속세 및 증여세 추징액은 각각 9637억원 및 5983억원으로 2021년 추징액(상속세 9888억원, 증여세 8509억원)에 견줘 약 40% 줄었다. 유 의원은 “국세청이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큰 일괄조사를 남발하고 있다. 일괄조회 요청을 받은 금융기관은 거부할 수 없고, 납세자도 국세청 일괄조회 이후에 조회 범위는 모른 채 ‘계좌 조회 요청이 있었다’는 사실만 금융회사로부터 통보받는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국세청 일괄조회 규정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이를 외부에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