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국가 통계 조작 논란에 불붙인 감사원의 중간 감사 결과에 대해 상식적이지 않거나 석연치 않은 대목이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무 관료들도 “통상적인 업무협의까지 범죄라고 뒤집어씌운 것 아니냐”고 토로한다.
17일 한겨레 취재 결과,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2017년 6월 국내 가계소득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이 해당 통계에 임의의 가중값을 곱하는 방식으로 2017년 2분기부터 그해 4분기까지 가계소득을 올리는 조작을 했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2017년의 경우 가계소득 통계를 담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의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며 당시 정부도 조사 결과에 대한 기자설명회도 열지 않는 등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언론들도 오히려 “세금으로 생산한 통계를 왜 국민에게 숨기느냐”고 비판하던 때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2018년부터 통계 생산을 중단하기로 2016년 말에 결정된 소득 분배 통계값을 조작하기 위해 통계청이 불법을 벌였다는 얘기가 된다. 정부가 기존 가계동향조사를 전면 개편해 계속 유지하기로 방침을 바꾼 건 2017년 말이다.
통계 조작 배경도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통상 정부의 핵심 정책 수단인 예산안은 전년도에 편성을 완료하는 까닭에 정부 출범 직후의 가계소득 변화를 새 정부의 정책 효과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건 어색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2017년 당시 논란이 된 최저임금 인상,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도 그해 7월에 이뤄진 일로, 감사원이 조작 의혹을 제기한 2017년 2분기 가계소득과는 사실상 연결 고리가 없다. 통계청 공무원들이 소득주도성장 정책 방어를 위해 2017년 2분기 가계소득 통계 조작이라는 ‘범죄’에 나설 유인이 낮다는 뜻이다.
청와대 등이 통계청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감사원의 판단에도 이견이 적지 않다. 한 예로 감사원은 청와대가 2018년 2분기 소득 분배 지표가 악화하자 통계청에 관련 통계의 보도 참고자료 문구를 바꾸라고 지시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해당 문구는 ‘통계를 해석할 때 표본가구 구성의 변화에 주의하라’인데, 이를 풀어서 쓰면 저소득 노인 가구 등의 증가로 국내 소득 분배 지표가 나빠지는 영향이 있다는 의미다. 통계청은 최근까지도 한국의 소득 분배 상황을 설명할 때 언론에 똑같은 주의 사항을 설명한다.
고용 통계 감사 결과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불법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은 “2019년 8월 비정규직인 기간제 근로자가 전년 동월 대비 79만명 급증하자 청와대가 통계청에 ‘이는 통계 조사 방식 변화가 주된 원인’이라는 점을 언론을 상대로 설명하도록 지시했다”는 취지로 설명한다. 감사원의 지적은 통계청과 청와대 모두 별도 검증 없이 청와대가 조사 방식 변화의 영향(기간제 약 35만~50만명 증가)을 통계청 자체 추정(기간제 23만2천~36만8천명 증가)보다 높여 잡고, 2019년 8월 통계 결과를 전년 통계와 단순 비교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통계청이 설명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정부 통계 작성 기관의 한 관계자는 “통계 조사에서 나타난 특이치를 놓고 하는 정부 기관 간 협의를 불법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표 전 통계를 통계청이 관계기관에 제공하는 게 불법인지도 모호하다. 감사원은 한국부동산원 통계 조작을 설명하며 ‘작성 중 통계’(주간 주택가격 주중치)의 관계기관 제공을 불법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통계법은 ‘시장 불안 등으로 관계기관 대응이 시급하다고 인정돼 관계기관이 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하다고 요청’할 땐 사전 제공을 허용하고 있다.
박종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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