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인근에 모인 4천여명의 시민이 정부에 기후정의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회사가 온실가스 감축 현황 등 기후변화 대응 상황을 외부에 공개하고 주주총회에서 심의받는 ‘세이 온 클라이밋(Say on Climate)’ 제도의 국내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1일 경제개혁연구소가 개최한 ‘기후위험 대비를 위한 세이 온 클라이밋 도입 방안’ 토론회에서 이승희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기후 정보 공개가 투자의사 결정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면 세이 온 클라이밋 제도는 실효성 있는 기후 정보 공개를 형식적·절차적으로 보장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이 온 클라이밋 제도는 회사가 온실가스 배출 현황, 기후 변화 대응 계획, 전환 전략, 감축 목표 등에 관한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고, 이에 대해 주주총회에서 권고적 표결 형태로 심의를 받고 주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다. 주총 결의는 회사나 이사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적 성격이다. 주제는 다르지만, 주주들이 투표를 통해 금융사 경영진의 보수를 심의하는 ‘세이 온 페이(Say on Pay)’와 유사하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유럽이나 호주 등에서는 ‘세이 온 클라이밋’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 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주주관여 활동 캠페인의 의미로도 통용된다. 세이 온 클라이밋이 처음으로 도입된 스페인 아에나 사는 주주제안으로 해당 제도가 도입됐다. 프랑스는 세이 온 클라이밋을 제도적으로 도입하는 상법 개정안이 하원에서 가결돼 상원에서 논의를 앞두고 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세이 온 클라이밋 도입만으로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이 강화되고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담보하기는 어렵다. 구속력이 없는 만큼, 실효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면서도, “세이 온 클라이밋이 취지에 맞게 운영된다면 회사의 자발적인 기후정보 공개를 유도해 보다 적극적인 기후 변화 대응을 이끌어내고 기후 금융의 역할도 강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세이 온 클라이밋을 제도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회사의 자발적인 협력 없이 주주 제안으로 특정 제도 도입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국내에서는 주주 제안이 법률과 정관이 주총 승인사항으로 정한 것에 대해서만 가능하다는 해석이 다수여서 정관 변경을 우선 검토할 수밖에 없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세이 온 클라이밋 필요성이나 실효성이 충분히 확인된다면 프랑스와 같이 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게 타당하다. 기후 변화 대응에 관한 국내외 투자자의 질의와 관여 활동이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세이 온 클라이밋 도입이 모두에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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