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본부가 필수품목 범위를 늘리거나 공급가격 산정 방식을 가맹점주에 불리하게 바꿀 때는 가맹점주 또는 점주 협의회와 의무적으로 협의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여당은 가맹사업법 시행령을 연내 개정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2일 당정 협의회를 거친 뒤 가맹사업 필수품목 거래 관행에 대한 개선책을 발표했다. 필수품목은 가맹본부가 자신 또는 자신이 지정한 사업자와만 거래하도록 가맹점주에게 강제하는 원재료나 설비·비품을 가리킨다. 원칙적으로는 거래 상대방 지정 등이 금지되지만, 상품·브랜드의 동질성 확보를 위해서는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그러나 일부 가맹본부는 브랜드의 통일성을 유지한다는 명분으로 너무 많은 필수품목으로 지정하거나, 일방적으로 가격을 인상해 논란이 일었다. 가령 한 피자 프랜차이즈 본부는 영업에 필요한 품목 가운데 오이와 양파를 제외한 모든 품목을 필수품목으로 지정한 바 있다. 또 다른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본부는 연유, 우유, 생크림에 더해 주걱이나 쓰레기통 등 주방 도구까지 필수품목으로 지정해 점주들의 반발을 샀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왼쪽)과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가맹점주 피해 방지 및 보호를 위한 가맹사업 필수품목 제도 개선 민·당·정 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여당은 이날 가맹본부가 필수품목의 범위를 늘리거나 공급가격 산정 방식을 바꿀 때 가맹점주, 점주 협의회 등과 의무적으로 협의를 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가맹점주와의 ‘합의’나 ‘동의’가 의무화되는 것은 아닌 탓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공정위 관계자는 “협의하지 않는 경우 공정위가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할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라며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당정은 필수품목 항목, 현재 공급가격, 향후 공급가격 산정방식 등을 가맹계약서에 필수적으로 기재해야 하는 가맹사업법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공급가격 산정방식은 각 가맹본부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조만간 의원 입법 형태로 발의될 예정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가맹본부가 필수품목을 과도하게 지정하고, 일방적으로 가격을 높이는 행태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법 개정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향후 적극적인 행정 조처를 통해 시장 질서를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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